사상의 빈곤과 소시민적 두려움: {경향신문}의 “드림 내각” 기획 비판

{경향신문}에서 이런 인기투표를 하더군. http://news.khan.co.kr/event/poll2014/

재미는 있네.. 근데 과연 이것이 현실성이 있는가? 아니, 현실성은 떠나서 이러한 “인기투표”는 어떠한 의식의 발로인가? 어떤 의의를 갖는가?

가장 먼저, 현재 내각의 결함을 장관 개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 같아 별로다. 요즘 세월호나 군대문제 등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 “개인이 아니라 구조/시스템이 문제다”라는 깨달음이 일반화되고 있는 중인데, 경향의 이러한 기획은 그와 같은 바람직한 움직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의도되지 않은 “물타기”이고, 이로써 {경향}은 우리사회의 의식 퇴보에 결과적으로 일조하는 것이다.

둘째로, (6명의 후보선정방식의 문제는 차치하고) 이것은 결코 현재 문제로 떠오르는 청와대의 인사방식에 대한 대안이 “조금도” 될 수 없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선정된 이들이 현재 청와대에서 내놓는 진상들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도 잘 모르겠다.

기사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 진영의 단체·학자·전문가들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 6명씩으로 압축했다”라고 하는데… 이렇게 “전문가”가 선정한 “괜찮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비전문가”인 일반시민들이 투표를 한다? 결국 능력과는 상관없이 명망가를 뽑게 돼 있다. 이를테면, 통일부장관 후보 6명 중 우상호 의원이 압도적인 1위인데, 개인적으로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말이 되느냔 애기. 이런 방식이 “수첩인사”보다 나은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끝으로, 과연 이러한 “드림팀”을 논하는 것이 정치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기반한 것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치란 계급적 갈등양상을, 또한 실제로 권력을 쥔 이들이 대표하는 계급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드림팀”이라..?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이런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는 이 인기투표의 어디에 반영되어 있는가? 언뜻 보면 “노동부장관 심상정”에 반영되어 있는듯 하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미래창조과학”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것인가? 대체 정재승 교수가, 또는 거기 후보로 선정된 6명이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대변하는가? 같은 맥락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로 추천된 6명이 모두 (준)자본가와 그들을 대변하는 관료출신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지적할만하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비록 이번 “드림 내각”이 현실정치의 계급적 성격을 올바로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경향신문}이 갖는 계급적 성격만큼은 통렬하게 드러내었다는 점이다. 그 계급적 성격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이거다: “노동자계급은 ‘고용노동부장관 = 심상정’에 만족하고 ‘가만히 있어라’.”

결국 이번 {경향}의 내각드림팀 기획은 사상의 빈곤과 철없음, 그리고 계급적대에 대한 소시민적 두려움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정신승리”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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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사상의 빈곤과 소시민적 두려움: {경향신문}의 “드림 내각” 기획 비판

  1. 전에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사진이 갑자기 떠오르네요.ㅋ 소위 잘생겼다는 온갖 남자배우들의 눈, 코, 입 등을 따다 포토샵으로 조합해 놓은 사진인데, 그런 부조화가 없었다는..ㅎㅎ

    1. 아.. 그건 저도 본것 같네요. 맞아요, 부조화스러웠지요 ㅎㅎㅎ 조금 다른 얘기지만, 뭐든 너무 완벽한 것보단 좀 아쉬움을 남겨야 제맛인것 같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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