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참관기] MEGA 작업의 새로운 새로운 접근과 맑스의 재해석

앞서 이곳에 “광고”하기도 했던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링크] 원래 학회 제목은 “MEGA 작업의 새로운 접근과 맑스의 재해석”이었는데, 학회장소에서 배포된 자료집엔 (이 포스트의 제목과 같이) “MEGA 작업의 새로운 새로운 접근과 맑스의 재해석”으로 나와 있었다. 아… 대체 얼마나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려고 하길래 그냥 ‘새로운’도 아니고 ‘새로운 새로운’일까… 아… 대체 그 ‘새로운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으면 그다지도 홍보도 못할 정도였을까…

그렇다. 나는 앞서 포스트에서 ‘홍보’ 문제를 꼬집었다. 하지만 이는 나만 느낀 문제는 아니었다. 학회 끝나고 거기 참석했던 사람들 18명–그 중 2/3는 발표자 또는 토론자였다–이 모여 저녁 먹는 자리에서, 주최한 ‘교수님’들끼리 “이 정도면 성공적이죠?”라는 ‘자화자찬’격의 멘트를 날리면서 껄껄 웃길래, 한 마디 던졌다. “성공요? 홍보 제대로 했으면, 두배 세배는 왔을껄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진짜 문제는 홍보가 아니었다. [위 포스트에서 링크된 웹홍보물을 보라. 링크] “내용”이었다. 일단 제목을 보자. 무엇이 연상되는가? “음… MEGA 작업을 통해 현재 탄력을 받고 있는 ‘맑스의 재해석’ 문제의 면면들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군!”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개뿔… 오전 세션은 ‘MEGA 작업’은 물론이요 ‘맑스의 재해석’과도 거의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굳이 말한다면, 심광현 교수의 발표는 일정한 ‘재해석’을 담고는 있다. 하지만, 그의 ‘재해석’은 MEGA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더구나 <자본론>을 ‘복잡계 과학’과 연결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편 경제/경제학에 대해선 거의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자본론>의 ‘본질’이니 ‘(진정한) 이해’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것도 ‘재해석’이라고 봐야 하나? 아주 ‘MEGA톤급’ 재해석이다.)

발표는 발표대로… 그리고 토론은 토론대로 가관이었다. 특히 신광영 교수의 발표 ‘맑스와 그람시’에 대한 코멘트는 정말 압권이었다. 질문이 뭐였는줄 아나? 바로 그 토론자께서는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을 강조하는데, 과연 지식인이 얼마나 자기가 속한 ‘계급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보편적 이해관계’를 옹호할 수 있겠느냐?”라는… 아… 요새 같으면 대학 신입생도 안 물어볼 법한 질문을 날리신 거다! 다른 토론자는 코멘트는 거의 만담 수준에 지나지 않아서 도대체 그가 무슨 얘길 하려 했는지도 애매모호했고, 또 다른 토론자는 발표문을 읽지 않았다고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다. (실은 이 맨마지막의 경우, 토론자보단 주최측에 잘못이 있는 것이다. 토론자가 발표문을 읽고 숙고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저 멀리 독일에서 모셔온 두 분의 학자들과 일본의 센다이에서 모셔한 또 다른 한 분의 학자들의 발표가 있었던 오후 세션은 어땠을까? 총평하자면… 독일에서 온 두 사람의 발표는 매우 실망스러웠던 반면, 일본에서 온 오무라 교수의 발표는 꽤 좋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진정한 ‘진상’은 토론이었다.

독일 사람들의 발표가 실망스러웠던 까닭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Rolf Hecker와 Beatrix Bouvier는 MEGA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로서, 이들이 MEGA 작업이 그간 걸어온 역사와 현황을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대표적으로는 정문길 교수의 노력 덕분에, 적어도 그런 정도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MEGA 작업에 대한 국내 유일의 연구서인 정문길 교수의 <니벨룽의 보물>을 읽지도 않고 이번 학술대회와 같은 행사를 여는 박사님들, 20-30년 전에 더듬더듬 읽은 마르크스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마르크스라고 생각하는 교수님들은 당연히 예외겠다. 그분들의 ‘진상’이 어떤 식이었는지 예를 들어볼까?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Bouvier 교수는 MEGA 작업의 ‘탈정치화’에 대해 발표를 했다. 그에 대해 한 교수님께서 물으셨다. “당신은 진짜로 그 프로젝트가 ‘비정치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제정신인 사람은, Bouvier 교수가 말하는 ‘탈정치화’라는 것이, MEGA와 같은 학술작업이 동구권의 구 공산당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난 것을 일컫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 “이런 작업이 과연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은, 결국 “저는 당신의 얘길 이해 못했어요. 다시 한 번 쉽게 말해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애냐?

아… 더 쓰기 귀찮다. 학술대회, 대충 이랬다. 참석 못한 분들, 아쉬워할 필요 절대 없다. 결국 문제는… MEGA에 대해 평소에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이런 행사를 열었다는 데 있다. 자기들이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다면, 자기들보다 더 잘 알고 관심도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어야 했다. ‘홍보’가 아쉬운 건 바로 이래서다. 적어도 “언제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것 같은가?”와 같은 질문을, 발표자가 대답이 곤란하다는 표시를 계속 내는데도, 어린애 떼쓰듯이 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대체 어떻게 대답하라는 거야? 대체 언제 완성되는지… 발표자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MEGA에 관심 있고 잘 아는 사람들에겐 홍보가 안 됐는지 몰라도, 언론에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역시… 외화내빈이 따로 없다. [링크]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거. 이 기사의 링크주소를 보라. religion. 뭐냐?? (-_-) 이 인터뷰를 강신준 교수가 했다는 것도 재밌다. 왜 재밌냐!? 다음 언급을 보면 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서로의 머릿속을 바꾸어 앉아도 될 만큼’ 각자의 분신 역할을 수행하였다. (<자본 I-1> 중에서 옮긴이 ‘해제’, 12쪽)


☞ 특히 <자본> 및 그와 관련된 마르크스의 경제적 저작들과 관련해서, MEGA 작업이 이뤄낸 핵심적인 성과 중 하나가 바로 마르크스와 엥겔스 사이의 ‘차이’를 매우 구체적인 수준에서 드러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서로의 머릿속을 바꾸어 앉아도 될 만큼’의 사이였다면(어떻게 이런 사이가 가능하겠나?), 애초 MEGA 작업 같은 것도 필요가 없었을 거다. MEGA의 의의는 그 편집자의 한 사람으로서 MEGA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Carl-Erich Vollgraf의 표현 ‘Marx im Marx’ Worten’에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MEGA판은 애초부터 학술적인 연구 목적 때문에 <자본>의 모든 초판과 중판은 물론 미발간 초고와 발췌 노트 그리고 부속자료까지를 모두 수록하고 있다. 그래서 <자본>에만 총 24권의 간행을 목표로 할 만큼 분량이 방대하고 현재도 출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모두 20권이 간행된 상태이다. 학술적으로 훨씬 엄격하게 편집된 MEGA판은 원본의 주석 외에는 주석이 없으며, 무엇보다 아직 전부 간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4권 가운데 어떤 책을 번역할 것인지의 문제도 함께 존재한다. 당연히 마르크스 전문 연구자에게는 의미가 있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무엇보다 부족한 주석 때문에 매우 불친절한 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에 대한 연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에 대한 보급조차 매우 빈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용에 가까운 MEGA판보다는 보급 목적을 함께 안고 있는 MEW판을 대본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였다. (<자본 I-1> 중에서 ‘옮긴이의 말’, 33쪽)


☞ 위 구절엔 MEGA에 대한 완전한 무지가 드러나있다. 바로 그 무지가, 지식인 특유의 문제 속에 숨겨져 있을 따름이다. MEGA는 크게 4개의 ‘부’로 구성되며 <자본(론)>과 그 초고들은 제2부에 속한다. 제2부는 강교수 말대로 24권으로 이뤄진 게 맞지만, 강교수의 설명과는 달리 이 모두가 <자본>의 판본들은 아니고, 거기엔 <자본>의 초고들–<요강>이나 <잉여가치학설사>와 같은–도 포함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의 <자본>은 그 24권 중 절반도 안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MEGA 판에 주석이 없다는 말도 틀렸다. 물론 여기서 ‘주석’이란 ‘편집자 주석’을 일컫는데, MEGA 판에는 이런 주석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딸려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즉 각권에 한 권씩의 주석서가 있는 것이고, 어떤 경우엔 이 주석서가 본서보다 더 두껍기도 하다.

결국 위 언급들에 비춰보면, 강교수는 MEGA의 의의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는 것 같지도 않고, 사실은 MEGA 자체에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랬던 강교수께서 이제와서 MEGA의 의의를 새롭게 깨달으셨다면, 그야말로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도 학술대회를 이번처럼 열면 안 된다. 다른 많은 ‘거창한’ 이유들이 있지만, 하나만 굳이 언급하면… 결국 이런 행사를 하는 데 드는 돈, 모두 국민–이 말이 싫으면 ‘민중’–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BK21이니 뭐니 하는 거… 그게 다 뭐겠는가?

이런 생각은 다시, 정말 웃기게도, 앞서 소개한 한 교수님의 ‘대학 신입생 수준도 안 되는 코멘트’를 떠올린다. 바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유기적 지식인’?! 이런 거창한 ‘지식인 상’을 무려 ‘국제학술대회’ 같은 자리에서 근엄한 어조로 입에 담는 이분들은 대체, 누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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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학회참관기] MEGA 작업의 새로운 새로운 접근과 맑스의 재해석

  1. 덧글 다는 김에 하나 더.

    언젠가도 (진보넷 블로거 ‘찬별’님의 코멘트에 동의하면서) 지적했지만, MEGA의 진정한 의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차이를 밝혀냈다는 것 보다는, 마르크스의 사상의 발달과 거기서 감지되는 내적 모순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런 ‘발달양상’이나 거기 스며있는 ‘내적모순’들을 ‘유의미하게’ 감지해내고 음미할 수 있는 자질이 미리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겐, MEGA 같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한 교수님의 질문, “MEGA 때문에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은 전적으로 부당하다. 어차피 MEGA의 성과 때문에 자기가 가진 기존의 마르크스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는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마르크스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런 이들에겐, “MEGA 따위에 신경쓰지 말고, 원래 출판되어 있는 것들이나 제대로 이해하라”는 충고가 적절하다.

    반대로 MEGA의 성과는, 기존에 우리가 접근 가능했던 마르크스의 저작들을 ‘올바르게’ 이해한 사람들에게나 온전히 나타날 수 있다. 그 성과는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이해를 ‘부정’해준다기보다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실천적인 결론은: “MEGA 구할 수 없다고, 또는 번역 안 된다고 우는소리 말고 그냥 나와있는 마르크스 저작이나 제대로 보자” 되겠다.

  2. “MEGA 구할 수 없다고, 또는 번역 안 된다고 우는소리 말고 그냥 나와있는 마르크스 저작이나 제대로 보자”

  3. 홍보가 부실하고, 개최시간은 애매하고, 뭔가 급조한 것 같은 원고들이 오전 세션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대강 예감은 했는데 이 정도로 엉망이었군요. 예감이 맞아도 기분은 썩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왠만해서 ‘외국인’이 오는 학회는 엉망인 경우가 다반사인 것 같습니다. 강연자도 빨리 마치고 관광할 생각이거나 석학 대접 받으려고 있고, 질문자도 그냥 석학에게 뭔가 물어봤었다는 추억을 남기는 게 목표인 것 같고..

    1. 쓰신 덧글에서 “강연자도”부터 끝까지 내용은… 음… 그래도 “좌파들”이 여는 학술대회는 아직까지는 그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 앞으로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다만 제가 위에서 좀 야박하게 평한 것은, 한편으론 화도 나고.. 실은 다른 한편으론 열심히, 좀 더 열심히 하자는 뜻에서… 아마도 저기 언급된 “교수님들”도 이 글을 혹시 보신다면, 기분이 나쁘시기보단 자신들의 무력함을 탓하실 것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건 아닌거죠. < 한겨레>뿐 아니라 < 교수신문>에도 기사가 크게 났더군요. 웃기는 건, 거기 마르크스주의 학자라고 거론된 사람들 중 학술대회 자리에 온 사람이 극히 소수라는 겁니다. 예의 그 “교수님”들이 이 신문들에서 주장하시듯이, 만약 MEGA가 그렇게 중요한 기획이라면, 이번과 같은 학술대회를 이렇게 열어선 안 되죠. 자가당착인 겁니다. 한쪽에선 중요하다고 게거품 물고(또 그렇게 중요한데도 돈 안준다고 우는 소리… 나아가 그런 중요성을 못 알아본다고 정부 욕하고…), 그 반대쪽에선 아주 기본적인 홍보도 안 하고… 이런건, 위선적이다, 모순이다, 젠체한다, 역겹다 등등의 욕을 먹어도 할말 없는 거죠.

      결국, 새로운 젊은피들이 확 그냥 갈아엎는 수밖에 없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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