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과 증세

미국 공화당의 주장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다. 균형재정의무를 헌법에 추가하자는 주장이다. 재정적자는 쥐이십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범죄라고 생각한다.

균형재정달성은 매우 쉽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하면 된다. 투자자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으니 국제공조는 필수적이다. 다음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적인 문제인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증세를 결의한다면 된다.

증세가 자본가의 이윤추구욕구를 말살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자본가인 워렌 버핏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명쾌하게 반박해 주었다. 읽고 기뻐서 즉시 번역했다 (꺽쇠는 H가 추가).

P.S. 워렌 버핏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다. 글도 잘 쓴다.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서 포춘지에 쓴 글은 대단히 명쾌하다. 일독을 권해드린다 (여기 클릭). 실력을 키워 이런 급의 자본가와 겨뤄보고 싶다.

거대부자에 대한 과잉보호를 그만두라

원문: Stop Coddling the Super-Rich

미국의 지도자들은 “고통의 분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요청에서 나는 면제되었다. 내 거대부자 친구들은 어떤지 궁금하여 연락을 해보았다. 그들 역시 면제되었다.

하위층과 중산층 시민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반면, 우리 거대부자들은 여전히 놀라울 만한 규모의 세금 우대를 받고 있다. 우리 거대부자들 중 일부는 일상적 업무를 통해 수조원을 버는 펀드매니저(investmenet manager)이다. 그런데 우리의 소득은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로 간주되어 15%의 세율이 적용된다. 10분 동안 주가지수선물을 보유하는 또다른 거대부자들의 경우에는 이윤의 60%에 대해 15%의 세금이 부과된다. 장기투자자로 취급되는 것이다.

이러한 그리고 여타의 축복은 워싱턴의 국회의원들이 내려준 것인데, 이들은 마치 우리가 점박이 올빼미(spotted owl)와 같은 천연기념물이나 되는 것처럼 우리들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내가 연방정부에 낸 세금은 – 그러니까 내가 지불한 [개인]소득세와 고용세(payroll tax) [고용세는 한국의 4대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 6,938,744 달러였다. 대단히 많은 금액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지불한 세금은 과세대상소득의 17.4%에 불과했다. 이것은 나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20여 명의 소득에 부과되는 세율보다 낮다. 이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소득의] 33%에서 41% 수준이며, 평균적으로는 36%이다.

만약 나의 거대부자 친구들 중 일부가 그런 것처럼 당신이 돈으로 돈을 벌고 있다면 [즉, 금융업에 종사한다면], 당신에게 부과되는 세율은 나의 세율보다 더 낮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어떠한 일[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다면, 당신의 세율은 분명히 나보다 높을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아마 상당히 높을 것이다.

왜 그런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원을 살펴보아야 한다. 작년의 정부세입중 80%가 개인소득세와 고용세에 해당한다. 거대부자들은 이들의 소득 대부분에 대해 약 15% 정도의 [개인]소득세를 내지만, 고용세는 거의 내지 않는다. 이것은 중산층의 경우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소득은 15%-25%의 과세구간에 해당하며,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고용세를 부담한다.

80년대와 90년대에는 부자들에게 적용된 세율이 훨씬 높았고, 나의 세율은 중간 정도에 해당했다. 내가 가끔 듣는 이론에 따르면, 나는 자본이득(capital gains)과 배당금에 대한 세금 인상 때문에 경기를 일으키고 투자를 중단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고, 다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60년 동안 투자자들과 일해왔는데, 기대수익에 대한 세율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를 회피한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 심지어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이 39.9%에 달했던 1976년과 77년에도 그랬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하는데, 내야할 세금 때문에 겁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높은 세율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1980년과 2000년 사이에 일자리는 4천만개 순증했다.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알 것이다 – 세율은 낮아졌고, 일자리 창출의 크기는 훨씬 더 작아졌다.

1992년 이후 연방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은 가장 소득이 높은 400명의 미국인에 대한 자료를 모아왔다. 1992년, 이 400명의 총 과세대상소득은 169억 달러였으며, 29.2 %의 연방세를 지불했다. 2008년, 400명의 최고소득자들의 총 과세대상소득은 909억 달러로 대폭 증가했는데 – 충격적이지만 1인당 2억 2,740만 달러이다 – 세율은 21.5%로 하락했다.

내가 여기서 다루는 세금은 연방소득세만 포함한다. 하지만, 이들의 소득에 비해 고용세는 매우 보잘 것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2008년 최고소득자 400명 중 88명은 자본이득은 신고하는 대신, 근로소득은 전혀 신고하지 않았다. 내 동료들은 일은 피하려 하지만 모두들 투자는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이걸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많은 거대부자들을 잘 알고 있으며, 대개는 이들은 매우 훌륭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국을 사랑하며 이 나라가 제공한 기회에 대해 감사해한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더 기빙 플레지 (The Giving Pledge)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자는 캠페인]에 참여하여 그들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대부분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고 해도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특히 너무 많은 동료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는 말이다.

열두명의 의원들이 곧 미국의 재정을 재조정하기 위한 중요한 과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들은 10년 동안의 재정적자를 적어도 1.5조 달러 삭감할 계획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삭감을 달성해야만 한다. 미국시민들은 의회가 국가의 재정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즉각적이고, 실질적이며, 매우 본질적인 행동만이 이러한 의구심이 절망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감정[절망]은 현실로 변할 수 있다.

이 12인이 수행해야하는 첫번째 임무는 어떤 부유한 미국인도 지킬 수 없는 약속[미래의 지출]들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큰 규모의 비용을 여기서 줄일 수 있다. 그리고나서 12인은 세입의 문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나 같으면 99.7%의 납세자들에 적용되는 세율은 그대로 두고 고용세에 대한 납세자의 기여분에 대한 현행 2%의 삭감도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감세는 빈곤층과 중산층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이들은 받을 수 있는 모든 세금우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백만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의 경우 – 2009년의 경우 모두 236,883 가구 – 나는 백만불을 초과하는 과세대상소득 – 이것은 물론 배당과 자본이득을 포함한다 – 에 대한 세율을 즉시 인상할 것이다. 그리고 천만 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에 대해서는 – 2009년의 경우 모두 8,274가구 – 추가적인 세율인상을 제안할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억만장자에 우호적인 의회로부터 그동안 충분히 과잉보호를 받아왔다. 우리 정부가 고통분담에 대해 진지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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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워렌 버핏과 증세

  1.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군요. 어쨌든, 저렇게 똑똑하고 나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영향력 있는 자본가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해집니다.

    1. 아. 이건 좀 약한 것 같은데요? ㅎㅎ 제 생각에는 가장 증세에 민감한 사람들이 어중간한 부자들, 혹은 부자 흉내내고 싶은 중산층인 것 같아요. 워렌 버핏은, 거부들은 세금 더 내라고 해도 별로 상관안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아. 특별소비세, 종합부동산세 왕창내고 금융소득에 종합과세 당하고 싶다.

      1. 하여간 어설픈 것들이 더 지랄이죠.. 여기서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어울리는군요..ㅎ 하지만 그 선무당에 속하는, 버핏하고는 “친구”는 될 수 없을지라도 나름 행세깨나 하는 것들이 진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참, 가디언에선 투표까지 하더군요. 버핏의 제안이 실현된다/안된다.. 저는 “안된다”에 한표. 역시 그쪽이 대세더군요ㅋ)

        “거부” 얘길 하니까.. 얼마전 생일을 맞은, 워렌 버핏과 동갑내기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무려 52살이나 어린 전 여자친구로부터 5천만달러짜리 소송을 당했을 때 변호사가 했다던 얘기가 생각나는군요. 어차피 그 돈, 소로스 재산의 7천분의 1밖에 안 된다고..ㅎㅎ 그러고 보니, 버핏도 곧 생일이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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