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자본주의의 부상?

이번 호 {The Economist} 특집이 재밌다. 제목은 “State Capitalism”, 즉 “국가 자본주의”다(링크). 어쩌면 매우 적절하게도 표지모델로는 우리의 레닌 동지께서 등장하셨다. 정말이지… 어디에 내놔도 모자람이 없는 저 위용…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간지를 잃지 않는다. -_-

언제나 간지를 잃지 않으시는 레닌 동지
언제나 간지를 잃지 않는 레닌 동지. 달러 표시가 된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게 인상 적이다. 의도된 건 아니겠지만, 타들어가는 담배가 마치 달러의, 그리하여 세계 자본 주의의 허망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지 않은가. (출처: The Economist)

그러나 쭉 훑어본 결과, 이번 기사는 피상적이기 그지없다.

기본적으로 {The Economist}는 시뻘건 레닌 동지를 표지에 모시는 “객기”를 부리는 데까지는 갔지만, 제목을 “State Monopoly Capitalism”이라고 뽑는 선명성을 발휘하는 데는 실패했다(실제로 특집기사에서 소개되는 “국가 자본주의”는 “국가 독점 자본주의”라고 불려 마땅하다). 더구나 위와 같은 표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사엔 “Lenin”이란 이름은 한번도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련을 포함한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도 오직 지나가면서 슬쩍 언급될 뿐이다. 동지께서 일개 부르주아 언론의 선정성 장난질에 놀아난 것 같아 심기가 편치 않다.

그러나 이번 기획과 같은 기사들이 별 도움이 안 되는 정말로 중요한 이유는, 얘들은 국가가 무엇인지, 자본주의 경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둘의 관계는 진정 무엇인지 등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들을 제기할 능력이 없다—“능력”이 없으므로 그럴 “의도”도 애초부터 없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기획에서 핵심 포인트는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국가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일텐데, 여기서 “자본주의 경제”와 “국가”—물론 여기서 “국가”란 “근대국민국가”다—는 그저 병치될 뿐, 둘이 어떻게 하나에서 뻗어나온 일종의 “이란성 쌍둥이”인지, 그리하여 둘을 서로 멀리 떨어뜨려 놓기도 하고 다시 결합시키기도 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은 아닌지, 따라서 결국 그들이 각각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같은 것은 아닌지…. 등과 같은 정말로 중요한 질문들은 제기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이번 기획기사에서 자본주의 경제와 국가(=근대국민국가)는 그저 서로 전혀 상관없이, 어쩌면 그 어떤 역사적 우연 때문에 서로 마주섰을 뿐인 것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때로는 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에 의해 외면당하기도 하고(이를테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는 노무현의 탄식도 이런 관점에 입각돼 있다), 또한 (“국가” 자본주의의 예에서처럼) 스스로 그것을 잡아삼킬 수도 있다. 이리하여, 이번 기획의 저자들은, 한편으론 최근 (준)국영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등의 사례를 들면서 “오늘날의 국가 자본주의는 과거의 국가 자본주의(즉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르다”라고 하면서도, “부패와 연고주의가 우려된다”라는 그야말로 구태의연하기 짝이없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다시 말해, 부패와 연고주의는 경제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가”—특히 동아시아 국가!—만의, 그것도 “영원불변의” 특징이라고 보는 것임).

(이와 같은 시각보다 좀 더 유연한 게 장하준 식의 “발전국가”다. 여기에서는 국가의 자율성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고되어 국가형태의 다양성이 인식되고 또한 다면적으로 조명되지만(이를테면, “연고주의”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국가는 경제와 외부적으로만 관계맺을 뿐이고 범지구 자본주의 하에서 착취와 가치증식의 조건이 어떠하든 간에 국가가 정책만 잘 펼치면 좋은 세상이 온다고 그려진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이들은, 도대체 왜,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발달 국면에서 국가라는 것이 다시금 전면에 부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지를 묻지 않는다. (그저 역사란 돌고도는 것이라는 아주 간편한 사관이 모든 것을 정당화해줄 뿐이다. — 여기에 덧붙여, 장하준 선생쪽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거봐. 우리가 맞았지!” 그러나 과연 이들이 20년쯤 뒤에 상황이 또 바뀌면, “음, 우리가 틀렸군..”이라고 할까?) 사실은 이런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와 근대국민국가 사이의 관계를 새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런 질문을 효과적으로 제기했더라면, 그들은 사실은 지난 “자유시장 자본주의” 시절에 국가가 후퇴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도 있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좀 더 심도 있게 논의를 끌고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의 부상도 사실은 이러한 필연성 속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어느 특정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성공적으로 부상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할 수 있겠지만(그리고 실제로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그런 틀에 입각해서는 중국의 성공여부란 기껏해야 중국의 국가관리들의 성공적인 정책수립-집행의 문제로 축소된 채로 사고될 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중국 관리들이 청렴결백하고 사심 없이 열심히 정책을 수립-집행하면, 과연 중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우뚝설 수 있을까? 그리고 설령 그렇게 우뚝 선다 해도, 이제 중국은 패권국이므로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이는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마음씨 좋게 먹고 똑똑하게 살면, 과연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성공한 부자는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사정을 그렇게 만드는 그 어떤 힘을 우린 흔히 “사회 구조”라고 부르며, 오늘날 개인의 행위를 규정하는 가장 유력한 구조는 “자본주의”다. 이러한 구조는, 거기 속한 하나의 개체가 (그 어떤 기준에 비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와는 별도로, 그 자신의 재생산과 관련된 고유의 문제를 갖는데, 이는 “글로벌”한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The Economist}가 말하는 대로 오늘날 “국가 자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면, 그것이 유의미한 것은 하나의 개별 국가의 정책적인 차원보다는 바로 이와 같은 글로벌한 차원에서다.

곧 오늘 각별히 부각되고 있는 국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재생산과 관련해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것이 중요한 질문이다. 이것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다.

[(뻔한) 결론] 마르크스를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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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국가 자본주의의 부상?

  1. 저도 어제 표지보고 경악하고, 내용 읽고 실망했는데… 국유화나 개입주의 이런 내용일 줄 알았는데, 중국, 인도, 러시아 이야기더라구요.

    그나저나 나꼼수가 이번호(http://alturl.com/3xhkx)에 실렸던데, 전 세계 메이저 언론에는 다 나오네요. 자기들이 메인스트림을 패러디했었는데, 이제 메인스트림이 자기들을 패러디 한다는 언급이 인상적입니다.

    1. 나꼼수가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어필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났다는 것도 비슷한 거고… 알려져서 좋은 면도 있지만, 조금 씁쓸합니다..

  2. 레닌 표지가 확실히 어필이 된 듯하네요. 저도 매점에서 보고 뜨아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부럽더라고요. 이런 그림(?!) 을 버젓히 표지로 할 수있는 자유랄까. 누구네는 리트윗했다고 잡아가는데 말이죠. 암튼 아마 1월 21일인가가 레닌 사망일이라서 그랬을까 싶기도?! 한번레닌을 등장시킨 이유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하자면, 엠님이 지적하신대로 독점자본주의라고 지적하는데 실패를(?!) 했을망정, 레닌이 말한 제국주의를 상기시키려고(?!) 암튼 그림보고 하는 해석은 내 맘대로하는거니까 히히 ^^;

  3. 으잉, 덧글 쓰다가 지운 단어가 중간에 버젓히 있는데 어떻게 수정해야하는지 모르겠어 가운데쯤에 레닌 앞에 ‘한번’ 이라는 단어인데.. 자다깨서 모바일 갖고 노는거 아무나 하는게 아닌듯 암튼 수습안되니 난 다시 자러 감 히히

  4.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지가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영어로 번역해서
    독자투고란에 올리는 것이 좋을듯. 선생님글에 반했어요.^^ 국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국가 독점자본주의라 해야 옳지요. 저도 동감이에요. 선생님글을 볼때마다 좌절하게 되요. 그 논점과 예리함에 저는 따라가질 못하겠어요. 열필하세요.^^

    1. 띄워주시니 어지럽네요 ;;; 그나저나 좌절이라뇨.. 아마도 저를 좀 더 아시게 되심, 좌절이 아니라 힘을 얻으실 겁니다. “저런 녀석이 저 정도니, 나는 더 잘 하겠다..” 뭐 이런 거요 -_-;;

      자주 생각 나누고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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