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겟세마네 etc. – 고통과 결실 그리고 불멸

교회력으로 치면 사순절이다.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으신 예수. 그를 생각하면, 지금 나는 너무 안락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다. 고통 없이 값진 결실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고통’, 특히 예수의 고통으로 치면, 죽음을 앞둔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

Andrew Lloyd Webber의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를 바탕으로 제작된 1973년작 동명 영화에서 예수 역할을 맡은 Ted Neeley라는 분이 계신다. 목소리가 정말 죽이는데… 이분이 나중에 {Jesus…}의 뮤지컬 버전에도 출연하신다. 다음은 2006년에 있었던 ‘farewell tour’ 실황공연이다(그러나 이 투어는 2010년까지 거의 만4년간 지속된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인 무대가 아닌가 한다. 바로 저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의 고통에 찬 절규를 노래한다.

Ted Neeley 말고도 {Jesus Christ Superstar}에서 예수 역을 맡은 이들은 많다. 그 중 또 하나가 Steve Balsamo다. 웨일스 출신의 발사모는, 타이틀롤을 뽑는 오디션에서 로이드 웨버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끝에 발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테드 닐리에 비한다면 좀 더 셈세한 대신 조금은 파워가 떨어지는 듯한 보컬을 보이는 발사모는,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끝난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에 출현하기도 했다(이번 내한팀 명단엔 그가 없는듯).

그러한 스티브 발사모가 내게 각별한 주의를 끄는 것은, 그가 한때 내가 좋아하는 Eric Woolfson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가 에릭 울프슨이 제작한, Edgar Alan Poe의 삶을 다룬 뮤지컬 {Poe}에 출연한 것이다(포의 삶과 작품은, 울프슨이 함께했던 The Alan Parsons Project의 1집 앨범의 핵심 테마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에릭과 스티브는 다음과 같이 매우 정겨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던 것이다.

아… Eye in the Sky가 이렇게 불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리메이크가 다름아닌 원곡을 불렀던 에릭 울프슨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또 그것을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크… 앞에서 ‘부끄럽다’ 해놓고, 직금은 ‘행복하다’ 한다. 스스로 좀 한심;;). 이제 약 보름 뒤면, 얼마전 세상을 등진 울프슨의 생일이다(참조).

‘불멸의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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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음악] 겟세마네 etc. – 고통과 결실 그리고 불멸

  1. 우왕 정말 멋진 공연이네요. 5년도 더 전에 표가 들어와서 저도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당시 예수역은 북유럽 출신의 락밴드 보컬하시던 젊은 남자였던 것 같아요.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면에서 가슴팍 커다란 문신을 선보이셨던.. 그 양반의 스타일 탓이었는지 예수의 고뇌뿐 아니라 광기와 스타성이 잘 부각된 뮤지컬이라 생각했었는데, 여기 링크 영상으로 보아도 애초 예수의 카리스마라는 것에는 그런 요소들 역시 충분히 포함돼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그런 점이 더 끌리고 존경스럽게 다가오고 그렇습니다(좀 뜬금 없..).

    1. 오.. 저걸 보셨군요. 저는 못봤네요;; 어쩌면 지적하신 면모들이 중요할 수도 있는데, “신자”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무조건 이들을 편협하다고 하기도 좀 그렇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
      새학기 잘 시작하고 계시길요!

  2. 아…테드 닐리라는 분의 노래는 가슴을 저미는 듯하군요. 듣고 있기가 괴롭지만 계속 듣지 않을 수 없는… (표현이 영 이상하네요)

    Alan Parsons Project의 저 노래는, 뭐 저보다 훨씬 잘 아시겠지만, 82년도 노래잖아요. 제가 팝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게 바로 그해부터입니다. APP뿐 아니라 Toto, Asia… 다 좋아했었죠. 그때 그 음악들을 듣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그때 EM님은 유치원생쯤이셨겠지요? :)

    1. 테드 닐리, 정말 좋죠? :)

      그분께는 약간은 비극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 더욱 처절해 보이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사실 잘 몰랐는데.. 원래 {Jesus Christ Superstar} 앨범에서 ‘겟세마네’를 부른 게 Deep Purple의 Ian Gillan이라더군요(G.D.님은 알고 계셨을 수도). 길런의 승승장구와, 애초 그가 불렀던 곡을 ‘나름 재해석’하며 (어떤 의미에선 우려먹으면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장장 4년동안 ‘작별투어’를 해야 했던 닐리의 운명…

      근데, 이안 길런 버전도 좋더군요ㅎ (네, 그때 저는… 유치원생은 아니고, 집에서 놀고 있었습니다ㅋ)

  3. 선생님께 뭐 여쭤보려고 들어왔다가 좋은 노래 듣습니다 ㅎ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요 교재가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하고 {공산당 선언} 입니다. {영국…}은 절판되고 학교 도서관에도 없어서 문제고, {공산당 선언}은 번역본이 많아서 문제네요 ㅎ 추천하시는 판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저 같이 공부가 모자란 사람이 번역본을 골라봐야할 때 가져야할 기준이나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종철출판사 {맑스-엥겔스 전집}에서 발췌라고 하고 실은 글은 말그대로 편집자가 일부분만 번역해서 실어놓은 것인가요?

    21일이 기다려지는데, 또 한편으로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너무 멀어서 걱정입니다. ㅠ

    1. 반갑습니다. 새학기는 잘 맞이하고 계신가요? :)

      어떤 수업인지는 몰라도 매우 바람직한 교재를 택하고 있네요ㅋ {영국..}은 “노동자의 책”에 있군요. 유료화가 되었지만, 필요하시다면 일정액을 donation하고 파일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언}은 네, 번역본이 많군요. 사실은 저도 다른 수업 때문에 어떤 번역본들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참고삼아 붙여넣어 볼게요.

      공산당선언, 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89.
      공산주의 선언: 150 주년 기념판, 김태호 옮김, 박종철출판사, 1998.
      공산당선언,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2.
      공산당 선언, 김기연 옮김, 새날, 2005.
      공산당 선언, 강유원 옮김, 이론과실천, 2008.
      공산당 선언, 권화현 옮김, 펭귄, 2010.

      그리고 다음 두 권엔 “선언” 본문과 함께 자세한 해설이 덧붙어 있습니다: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유강은 옮김, 그린비, 2005
      레즈: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황광우/장석준 쓰고 옮김, 실천문학, 2010.

      다음 책은 본문 없이 해설만 있습니다:

      강유원의 고전 강의 공산당 선언, 강유원, 뿌리와 이파리, 2006.

      이상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아무거나 봐도 좋습니다. ㅎㅎ 이건 뭐.. 기본적으로는 {공산당 선언}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번역의 질”까지 생각해야 할만큼 “심각한” 저작이 아니기 때문인데, 그러나 제가 이상의 판본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것은 아니니, 이 이상 말씀드리긴 곤란하네요 ^^;;

      다음으로.. 다수의 번역본 중에서의 선택 문제는, 글쎄요… 사회과학 공부를 하면서 그런 선택에 직면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오히려 공부하다 보면, “원서냐 번역서냐”라는 갈림길에 서는 경우는 많지요. 즉 “어떤 번역본이 좋으냐”보다는 “이 번역이 믿을만하냐”라는 문제에 직면할 때가 많잖아요?!

      번역의 질은 일차적으로는 “성실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런 성실성을 재는 가장 일반적인 척도는 인명이나 지명, 각주나 색인 같은 것이 잘 되어있느냐가 아닐까 싶네요. 그밖에 기준들은 각자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ㅎㅎ

      어쨌든 저는, 번역의 질이 어떠하냐와 관계 없이.. 번역본이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나쁜 번역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본다거나 할 때 유용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죠. 또한 나쁜 번역본의 일반적인 특징은 해당 저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오역이 집중된다는 것인데(이를테면 우리가 강독하면서 봤듯이), 독서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들을 교정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훌륭한 훈련기회가 되기도 합니다(그리고 이런 훈련을 하다보면, 일반적으로 좋다고 받아들여지는 번역본에서도 많은 문제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번역서의 “질”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도 없고, 양질의 번역서를 골라잡지 못할까봐 스트레스 받을 것도 없습니다. 질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얻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 각각의 경우에 “얻을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

      1. 매번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주시는 답변이라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과 강독 수업을 하면서 번역된 책의 번역과 관련된 여러 종류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게되어 번역에 대해 조바심이 생긴 모양입니다 ㅎ 공부하는 성실함이 모자라서 자꾸 중요하지 않은 것을 신경쓰게 되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강의 중에 수 많은 오역들이 오히려 깊은 공부를 시켜주었던 게 생각납니다.ㅎ
        강의는 참여연대 정현백 대표의 {서양자본주의와 노동자의 역사}입니다. 강독을 통해 알게된 것과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네요. ㅎ

        1. 좋은 강좌일 것 같네요. 저는 대학때 그런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됩니다. 그러니 아몬드문어님은 그런 후회 남기지 마시길! ;;;

          그냥 하는 얘기시겠지만, 너무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조바심 때문에 열도 받고 화도 내고 하다가, 급기야 나중엔 스스로 원서를 찾아보고, 알 수 없는 희열에 미친 사람처럼 히히덕거리다가, 나아가 혼자 번역도 해보고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커가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세요. 부럽습니다.. ^^;;

  4. 아 이런 아름다운 음악들이 있었군요. 이 블로그오면 행복해요. 그리고 이 블로그를 만드신분도 멋질것같습니다. 이런 아름다움들을 알아볼수 있다는 점에서요. eye in the sky라고 했죠
    그 이름도 선율도 가슴에 새기고 갑니다. 좋은 음악들 전해주셔서 고마워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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