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단순하고도 복잡한 것

이론이란 단순한 것이기도 하고 복잡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현실과의 관계에서 보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이론이란 현실에 대한 이론가의 지적 개입의 산물로, 거기에선 현실에 대한 일정한 추상화와 단순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론의 추상성/단순성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이론에 필연적으로 따라붙은 ‘원죄’와도 같은 것이다.

다른한편, 당분간 이론 그 자체의 영역이 있다고 해보자. 여기에서 이론은, 그러니까 ‘좋은’ 이론은 복잡해야만 한다. 즉 그것은 ‘진짜 현실’과 같은 복잡한 구조를, 그러나 ‘진짜 현실’과는 달리 (왜냐하면 이론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현실의 ‘지적 재구성’이므로) 체계적인 구조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마르크스가 {요강} 등에서 ‘현실/역사의 순서’와 ‘구조/논리의 순서’를 구별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이러한 복잡성을 갖지 못하는 이론은 필연적으로 ‘환원론’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자신의 단순함 속으로 현실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반대로 복잡한 이론은 현실의 복잡성을 반영하면서 끊임없이 거기에 개입함으로써 끊임없이 발전한다. 그래서 단순하고 환원론적인 이론은 언제나 자신의 완결성을 주장하지만, 복잡하고 체계적인 이론은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탓한다. 바로 이 부족함의 자기인식이야말로, 이론의 내적 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이라는 괴물 저작을 거의 완성해놓고도 그 출판을 미룬채, 그리고 죽음의 위협과 사투하면서까지도 자본주의의 작동과 변모에서 주의를 떼지 않은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통상적인 부르주아 이론(경제학을 포함해)이 전자와 같은 환원론인 반면, 마르크스의 이론은 바로 이런 후자에 속하는 이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이론에 대해 그것이 환원론(경제로의 환원론, 생산중심주의 등)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은, 이론의 위와 같은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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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이론: 단순하고도 복잡한 것

    1. 오 반갑습니다. :) 재밌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군요. 저도 기대가 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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