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임금삭감에 혈안이 된 정부

이번 정부 들어서 진행되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보면, 이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을 어떻게든 줄여서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주려고 혈안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정부의 책임 또한 방기하고 있다.

이를 간단한 그림으로 보자. 먼저 평균적인 사람의 수명이 70살이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 보통 태어나서 20살까지는 소비만 하고, 대략 20~60살에는 일을 하지만 동시에 이래저래 소비도 증가한다. 그러다 60살에 은퇴하고 소비만 하면서 10년쯤 살다가 죽는다. 아래 그림은 이를 단계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먼저 (가)와 같이 사람의 생애를 나누면, 보통의 사람들은 (나)와 같이 소비를 하는 반면, (다)와 같이 생산활동에 참여해 임금소득을 얻는다. 소득이 나이에 따라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성행하는 ‘연공서열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듯, 사람들은 (라)에서 A로 표시한 파란색 부분의 잉여를 소비가 소득을 초과하는 부분에 배분할 것이고, 결국 평생을 놓고 보면 (소득)=(소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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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신이 미래에 벌 돈으로 유아/유년기에 필요로 하는 소비수요를 충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삶의 재생산은 가정을 단위로 이뤄지므로, 이 재생산은 세대간에 중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분석에서 아무런 어려움을 제기하지 않는다.

또 하나. 이제껏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삶의 ‘정상적인’ 재생산이 가능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일단은 그랬다고 가정하자. 그래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볼 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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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하다. 일단 앞서의 그림에서 마지막 것을 초기 상태로 두자. 최근 정부가 맹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마)에서 보듯이 애초에 노동자가 받기로 되어 있던 임금의 일부를 안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55살 먹은 노동자와 이제 갓 입사한 20대 노동자를 놓고 보면 전자의 임금이 터무니없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저 50대 노동자가 젊은 시절에 자신의 기여분(?)보다 덜 받았음을 의미할 따름이다. 연공서열제를 통해 기업은 노동자로부터 충성심을 얻고 노동자는 노후의 안정적 설계를 쉽게 할 수 있다. 어쨌든 임금피크제라는 것은 애초 노동자가 받기로 된 부분을 안 주겠다고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임금삭감은 노동력 재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다.

다음으로 (바)를 보자. 임금피크제로 우리 사회가 진통을 겪기 전에, 한동안 국민연금이 문제로 되었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조만간 재원이 고갈된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가 연금기금 기여금을 더 내든지 아니면 덜 받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금문제의 핵심은, 애초 그 연금이 설계될 때 상정된 것보다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연금은 적립식(funded system)이기 때문에, 원칙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따위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순전히 이것은 수명연장의 문제다. 즉 애초엔 수명이 70년이라고 상정해서 연금제도를 설계했으나 수명이 80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 늘어난 기간 동안 소비액(위 그림 바에서 B 부분)을 위한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가 연금기여금을 더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생애임금 총액 자체가 B만큼 늘어야만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다.

이 문제와 관련, 노동자의 수명연장에 비례해 임금을 올린다면 자본가의 이윤이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것인가? 또한 예전 같으면 경제학자들이,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노동자의 인구를 억제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진보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존 스튜어트 밀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가진 이론적 오류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이 그런 정책을 공공연히 내놓을 정도로 낮은 ‘문명’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이에 대해선 다음 글 참조: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끝으로 (사). 위의 두 그림에서 보듯이.. 임금피크제가 그 일부인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은 모두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 둘이 국지적인 성격의 임금삭감이라면, (사)는 생애 전체에 걸친, 일반적인 임금삭감 노력이다. 최저임금을 필요에 맞게 주지 않고, 특히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문제되고 있듯이 법에 명시된 주휴수당 등을 노동자에게 주지 않으려 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참조: ‘주휴수당 논란’을 넘어)

이번 정부가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연금 ‘개혁’, 최저임금제 등은 모두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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