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없애는 게 지키는 것이다

주휴수당은 실제론 일을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치고 주는 돈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일 꼬박 일한 노동자에게 하루치 임금을 더 줘야 한다. 고용주로선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특히 최저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요즘, 주휴수당이 더 야속할 것이다. 1953년 제정될 때부터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장된 주휴수당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언뜻 보면 이상한 주휴수당, 왜 줘야하는 걸까? 임금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여러 임금이론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다. 먹고 살아야 일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일만 할 순 없다. 하느님도 6일간 세상을 창조하고 하루를 쉬지 않았나. 신께서 하루를 쉬며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쉴 때도 힘이 든다. 먹어야 하고, 때론 즐겨야 하며, 그래서 더 먹어야 한다. 그러니 6일간 성실히 노동의 의무를 다한 이에게 하루치 주휴수당을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는 자본가의 도구나 마찬가지다. 주휴일은 그 도구가 다음주에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거기 드는 비용을 자본가가 대는 것, 당연하다.

이렇게 보면 주휴수당은 하루가 아니라 이틀치를 주는 게 옳다. 폐지할 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 주5일제 때문이다. 현재 근로기준법 상의 주휴제도는 주6일제 시대의 산물이다. 주5일제가 되었으면 법도 바뀌었어야 옳다. 그러나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한국의 노동자들은 5일 일하고 6일치 받아서 7일을 산다. 이 불합리를 일부 힘있는 노조들은 회사와 개별적으로 협상해 해소한다. ‘각자도생’. 법정 주휴일에 더해 약정휴일까지 주 2일의 유급휴일을 갖는다. 당연한 일인데도, 이것조차 한국 사회에선 ‘정규직의 특권’으로 나타난다.

상황이 이러니 주휴수당을 늘리는 게 마땅함에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미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수당조차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빠른 최저임금 인상 분위기 속에서 자본가들은 주휴수당을 아예 없애려고 혈안이 된 듯하다. 어찌해야 할까?

나는 주휴수당을 없애자고 제안한다. 단, 주휴수당만큼 기본시급을 올리자. 올해 최저시급이 8350원이다. 주휴일은 1주일(=5일) 일했을 때 하루 주는 것이므로, 주휴수당은 기본시급의 20%다. 8350원의 20%는 1670원이다. 그러므로 내 제안은 주휴수당을 없애는 대신 기본시급을 8350+1670=1만20원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대다수의 노동자에게 달라질 건 없다. 예컨대 현행 제도 하에서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는 노동자는 한달에 174시간쯤 일한다. 하지만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그는 209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그의 월급은 8350원*209시간=174만5150원이다. 한편 주휴수당을 없앤 대신 기본시급을 높일 경우 월급은 1만20원*174시간=174만5150원으로, 기존 제도에서의 월급여와 같다(사소한 계산상 오차는 무시).

달라질 게 없는데, 뭣하러 굳이 주휴수당을 없애자는 것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무리 법에 명시돼 있다고 해도 주휴수당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몰라서 안 주고, 몰라서 못 받는다. 물론 알고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주휴수당을 없애고 기본시급 인상하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그와 관련된 불필요한 사회적·행정적 비용도 줄어든다.

둘째, 주휴수당을 ‘합법적으로’ 못 받는 노동자도 있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을 받기 위해선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 하루 2.5시간씩, 주 12.5시간만 고용된 노동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이 노동자가 비슷한 조건으로 3곳에서 도합 주 40시간을 일해도 그는 주휴수당을 한푼도 못 받는다. 그러나 이런 노동자도 주휴수당이라는 개념에 들어있는 ‘휴식’이라는 걸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휴식에 필요한 돈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휴수당에 해당되는 금액을 기본시급에 잘게 쪼개넣으면 이런 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일정한 휴식수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현행 주휴수당의 위와 같은 성격 때문에 일부 고용주들은 노동자를 이를테면 14.5시간만 고용하는 등으로 주휴수당 지급을 ‘합법적으로’ 피해 왔다. 이를 ‘고용 쪼개기’라고 한다. 하지만 고용이 단시간화하는 것은 오늘날 경제의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이기도 하다. 나의 제안은 일부 고용주들의 ‘꼼수’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한다.

이상에서 주휴수당의 의의를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인 여건상 그것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주휴수당을 어떻게 하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이 삶의 재생산에 필요한 생계수단을 어떻게 획득하게 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요즘 청년층을 포함한 많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고용은 ‘시간(hour)’ 단위로 이루어진다. 임금도 ‘시급’으로 받는다. 그러나 인간의 삶의 사이클은 결코 ‘시간’을 단위로 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및 사회적 여건상 적어도 ‘달’ 정도를 삶의 최소 단위로 보는 게 적절하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노동자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은 얼마인가?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선 최저시급의 월환산액, 그러니까 적어도 한달에 175만원쯤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발생한다. 첫째, 이 액수가 충분한가? 앞에서 주휴수당이 늘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 액수는 충분치 않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 반대로 주장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적대하는 이해관계들 간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잠정적으로만 내려질 수 있다. 둘째, 정해진 그 액수를 노동자들이 어떻게 확보하게 할 것인가? 현행 제도는 한달동안 주로 한 곳에 고용되어 성실히 일한 사람에 한해 실제 일한 데 대한 보수에 일정액(주휴수당)을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주휴수당이란 실질적으로는 ‘휴식’과는 별 상관이 없고, 노동자에게 임금 또는 생계비(의 일부)를 확보시켜주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는 아무리 열심히, 오래 일을 해도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얻지 못한다. ‘합법적으로’ 말이다. 노동자가 생계비 일부를 주휴수당이라는 형태로 확보하게 하는 것은 오늘날 특히 청년들의 고용 현실에선 더이상 적합하지 않다. 얹어주는 것을 없애고 기본시급을 높이자. 이들에게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임금몫을 확보시켜주는 방법은 현재의 주휴수당을 없애는 것뿐이다. 물론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액수가 기본시급에 흡수된다고 해서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 휴식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이들의 임금을 높여줄 뿐이다.

현재의 주휴수당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이들에게만 실질적으로 보장된다. 그 자체가 임금체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론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를 차별하는 기제가 된다. 어떤 이들은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주휴수당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참조). 그러나 ‘주휴수당’이라는 이름이 붙어야 휴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는 주휴수당 때문에 더 일을 해야 한다. 단순계산 해보면, 주휴수당을 못 받으면 한주에 8시간, 한달에 35시간(209시간 빼기 174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어떤 노동자에겐, 휴식을 방해하는 게 주휴수당이다. 주휴수당에 대한 자본가의 공격은 노동자의 휴식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주휴수당, 없애는 게 지키는 것이다.

Print Friendly, PDF & Email
SNS로 공유하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