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경제’로서의 ‘코로나 경제’ : 문제와 대응책

지난주에 이에 대해 쓰기는 했는데, 좀 장황하기도 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본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경제를 전시 경제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그 심각성과 기간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아래 글은 코로나 국면이 1년은 지속될 것을 가정한다.

전시경제의 특징

전시경제의 특징은 생산과 분배, 소비라는 세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생산 면에서 전시경제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경제의 일부가 기능을 멈추는 동시에 평상시에는 (그렇게까지) 긴요하지 않았던 특정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이 늘어야 하는 경제다. 그리하여 전시경제에서는 한편으론 생산이 줄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산이 급증하는 분야도 있다. 끝으로, 전쟁에 따라 국제교류가 위축될 가능성도 큰데, 이 또한 생산을 줄이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면서 경제의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배 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본주의 경제에서 분배는 보통 생산의 결과다. 사람들은 다양한 자격으로 생산에 참여하고서 그 반대급부로 소득을 거둔다. 그런데 지금 생산의 한 영역이 멈추기도 하고 또 어떤 영역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소득 기반이 크게 흔들려, 어떤 이들은 종전과 같거나 심지어 많은 소득을 얻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소득을 전혀 얻지 못한다.

끝으로 소비다. 전쟁이 났다는 것은 사람들의 이른바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소비에 ‘급’이 있다면, 필수적인 소비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겠지만, 그런 범주를 벗어나는 소비활동은 위축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거다. 소비의 기반이 되는 소득을 일부라도 잃어버린 사람들은 필수적인 소비활동조차 못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전시경제에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소비가 크게 팽창한다. 군수물자에 대한 소비가 그것이다.

전시경제에서의 경제문제와 그 대응방법

이와 같은 전시경제에서 떠오르는 특유의 경제문제는 무엇인가? 먼저 소비 측면을 보자.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소비를 못 한다. 필수 소비에서조차 배제되면 사람은 죽는다. 그래서 전쟁통에는 폭동과 약탈이 만연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전쟁에 적절히 대응하고 전쟁 이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소득기반을 잃은 국민들이 필수적인 소비재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그것이 전시경제의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다.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생산된 필수품을 국가가 강제징발한 뒤 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배급)이다. 이 때문에 전시경제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계획경제 또는 명령경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런 방식을 본격적으로 실천하는 건 (부분적으로 그런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야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바이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게 소득기반이 붕괴된 이들에게 소득을 국가가 나눠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그런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소득이라는 게 한 번 쓰면 사라진다는 것이고, 필수품이라는 것도 주기적으로 계속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무슨 뜻인가? 위와 같은 지원금은 주기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약 10조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만약 그것이 적정한 금액이라면, 앞으로 10조원씩 10번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이론적으로 그렇단 얘기다.

이러한 지원금을 나눠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사람이 죽을 것이다. 전장에서 총포에 죽는 사람보다 굶어죽는 사람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전쟁 때문에 경제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GDP가 절반이 되나? 아니다. 줄어든 생산물을 사람들이 모두 소비해줘야 그나마 절반이 되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소득이 없어서 기본적인 소비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실제 소비는 절반 이하로, 반의 반 정도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원금은 이러한 경제의 과도한 축소를 방지하는 의미도 있다.

이제 분배 측면을 보자. 다음과 같이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사람들에게 돈을 마구 나눠줘도 되나? 국가 재정 파탄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나눠준 돈은 거둬들이면 되니 말이다. 어떻게? 국가가 나눠준 재난지원금이 적절하게 소비에 쓰인다면 결국 필수품 생산자 손에 들어올테니, 이때 그걸 거둬들이면 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전시경제에서 분배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지원금과 별도로, 현재의 분배 상태는 조정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의 중요한 일부로서 함께 기능하던 사람들이, 전쟁 때문에 하루 아침에 처지가 갈리게 되었을 때, 그 결과를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미리 계약되어 있었다는 이유로 임대료와 이자를 주고받아야 한다? 포탄과 전차를 만드는 회사의 이윤은 회사의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분배에 대한 폭넓은 조정이 전시경제에는 필요하다. 양차대전 당시 최고 한계소득세율이 100% 가까이 치솟았던 선례를 엄중히 참조해야 한다.

끝으로, 생산 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전시경제의 필요에 맞게 기존 생산설비의 용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에선 전차를 만들고, 민간항공기 회사에서는 전투기를 만들어야 한다. 요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 기업인 GM과 GE에 대해 인공호흡기 만들라고 종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둘째, 위와 같은 전환이 어려운 경우, 기존의 생산설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그리하여 기업의 생산이 줄었다고 해서 섣부르게 문을 닫고 설비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비용을 들이더라도 유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사적 기업의 사적 결정의 영역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이런 기업이 소수라면 그렇게 봐도 좋겠지만, 전시경제에서 이런 기업은 부지기수다. 생산설비의 유지 자체가 국민경제적 과제인 셈이다.

전시경제로서의 코로나경제

이상과 같은 전시경제 특유의 문제와 대응책은 코로나경제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이 필수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해야 하며, 지급된 돈은 적절하게 수거되어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지급-수거 과정은 수차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러한 돈의 목적은 필수소비보장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경기활성화가 아니다. 위에서 쓴대로 경제가 필요 이상으로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를 두고 ‘경기활성화’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 지원금의 목적은 골목상권 활성화가 아니다. 전쟁이 났고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데, 사람들에게 돈 쥐어주면서 섣부르게 집밖으로 나오라고 할 수 있나? 그런 의미에서, 그러한 지원금은 지역화폐보다는 전국화폐로 지급되는 게 기본이다.

생산과 분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이다. 생산을 위해 필요한 두 요소, 즉 인적요소와 물적요소의 건강이 적절히 유지되어야 한다. 인적요소(인간)의 건강은 국가에 의한 주기적인 화폐 지급과 필수품에의 접근 보장을 통해 유지될 것이고, 물적요소(기계)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금융지원이 긴요할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소득의 기반이 흔들린 정도가 다를 것이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득을 보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공적인 조정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현실에 실제로 적용된다면, 이상의 사항들은 크게 변형되고 수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기본이라는 게 있다. 위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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