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노동생산물은 교환에 의해 비로소 [유용한 물건이라는 감각적으로 다양한 물체와는 구별되는] 하나의 사회적으로 동등한 객관적 실재, 즉 가치를 획득한다. – 자본론 1권 1장, 94

이 문장을 보면 마르크스가 마치 교환이 가치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했다. 가령, 가치형태론의 대표적 이론가인 루빈은 이 문장을 근거로 교환 이전에 상품의 가치는 잠재적으로만 생산된다고 주장한다. 사적 노동은 그 생산물이 화폐와 교환되기 전에는 잠재적으로만 가치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상세히 논증할 수는 없지만 가치는 교환 전에 (이미 그 양을 포함하여) 완전히 생산한다(고 마르크스가 생각했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 문장에서 교환은 상품경제와 동의어로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교환이 생산에 대비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상품경제의 종별성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노동생산물이 단순히 동질의 인간노동의 물적 외피이기 때문에 서로 가치로서 관계를 맺는다고 보지 않고, 그 반대로 생각한다. 즉, 사람들은 그들의 상이한 생산물을 교환에서 서로 가치로 등치함으로써 그들의 상이한 노동을 인간노동으로서 동등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 95

상품사회에서 개별생산자들은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생산물을 생산한다. 그리고 마치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들 생산자들의 배후에는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사회적 분업체계가 존재한다. 또한 이들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일반화된 상품교환의 매개를 통해서이다. 남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받는다.

순수히 형식 논리적인 측면에서 교환이 먼저냐 생산이 먼저냐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가령 “교환이 있기 때문에 생산하는가 아니면 생산이 있기 때문에 교환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누가 확정적인 답을 할 수 있겠는가?

마르크스는 이러한 종류의 질문을 하지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생산과 교환이 상품경제라는 총체의 서로 다른 두 계기라는 것이다. 그는 계기들이 아니라 총체를 이론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생산과 교환은 형식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호전제하는 본질-형태 관계에 있다 (따라서 아래의 ‘때문’들을 이러한 관점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마르크스는 사람들이 상품교환을 하는 것은, 상품이 교환되도록 생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구체노동이 동시에 동질적인 인간노동이기 때문에 가치로서의 상품이 서로 교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이유를 의식하지 않고, 그리고 알지도 못한채로, 상품을 교환한다 – Sie wissen das nicht, aber sie tun es. 반대로 머리 속으로 상품의 교환에 의해 상품에 들어있는 서로 다른 노동들이 동질화된다고 생각한다. 상품 사이의 관계가 인간 사이의 관계(인간의 동등성: 이건은 역사의 산물이다)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람들은 상품 교환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관계를 표현한다.

아, 상품이시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Sie wissen nicht was sie t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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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5)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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