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노동력인가 인적자본인가

노동력의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이 특수한 상품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규정된다. 노동력이 가치인 한, 노동력 그 자체는 거기에 대상화되어 있는 일정한 양의 사회적 평균노동을 표현할 뿐이다. – 6장, 223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스스로의 몸을 활용하여 노동력을 생산한다. 이때 그는 노동력을 생산하는 자아와 노동력으로 대상화된 자아로 분열되는데, 이러한 이중화를 통해서만 그는 비로소 인간이 된다.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판매를 위해서 생산된다는 점에서 노동력은 분명히 상품이다. 따라서 노동력 상품의 가치는 이 상품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단일한 종류와 질의 노동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유기체의 일반적인 천성을 변화시켜 일정한 노동부문에서 기능과 숙련을 몸에 익혀 발달한 특수한 노동력으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훈련 또는 교육이 필요한데, 거기에는 또 얼마간의 상품들(또는 등가)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노동력이 어느 정도로 복잡한 훈련과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비용은 [보통의 노동력의 경우는 매우 적지만] 노동력의 생산을 위해 지출되는 가치 속에 들어간다. – 225

수공업 시대의 장인들 – 이들의 기술은 하나의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 과는 달리,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자들은 특수한 기술이나 산업에 종속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숙련노동자’라는 표현이 보여주는 것처럼 산업 간 직종 간 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생산을 중국의 폭스콘 아웃소싱 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 때문이 아니다. 아이폰 한 대의 원가 중 조립, 테스트 등의 생산비용은 8달러에 불과하다. 이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수익성에 큰 차이가 있겠는가? 공급체인의 효율성을 비롯한 여러 다른 이유가 있지만, 미국에서 더 이상 충분한 숙련공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대해서는 뉴욕타임즈의 기사 참조.

이렇게 노동력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것처럼 “특수한 노동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특수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어떤 특수한 교육과 훈련은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축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데, 이로써 노동자가 자본이 되어 버리는 어이 없는 사태가 일어난다. 가령, 장기간 어려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사나 특수한 기계와 설비를 다루는 숙련공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고, 따라서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이들은 또한 높은 임금을 받는다. 주류경제학에 있어 평균치를 초과하는 임금은 노동에 지불되는 임금이 아니라 인적자본에서 발생하는 이윤이다. 마르크스에게 있어서는 이 초과분은 고급 노동력에 지불되는 노동력 가치 중 “보통의 노동력”의 가치를 초과하는 부분이다.

위의 본문에서 마르크스는 이 초과분이 특수한 훈련과 교육 비용 때문이며, 이것이 노동력의 가치에 더해진다고 주장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특수한 훈련과 교육을 받은 노동자의 노동력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그 훈련과 교육비용이 직접 노동력의 가치에 더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노동력의 노동이 (단순노동이 아닌) “복잡한 노동” (1장, 56)으로 작용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마르크스는 지식과 교육, 훈련이 가치생산에서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 아주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틀렸던가.

Print Friendly, PDF & Email
SNS로 공유하기!

2 thoughts on “(77) 노동력인가 인적자본인가

  1. 그새 생각이 변했다 -- 노동자가 은퇴를 하고 결국 죽는다는 점을 간과했다. 교육, 훈련의 결과가 무한정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20-30년 정도만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 훈련의 결과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감가하는 고정자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