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별로 안 중요한 마르크스의 인간관 – 자연 속에서 자연과 부딪히며 자연을 인간화하는 자연력으로서의 인간

사용가치 또는 재화의 생산이 자본가를 위해 자본가의 감독 하에 수행된다고 해서 그 생산의 일반적 성질이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과정은 우선 첫째로 어떤 특정 사회형태와 관계없이 고찰되어야 한다. – 자본론 1권 7장, 235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공통성이 사람과 흙 각각에 과연 얼마나 중요한가? 사람과 흙은 아마도 백 수십여가지의 원소들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들 사이의 공통성은 환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공통성은 사람과 흙의 본질에 대해서 무엇을 알려주는가? 그것이 하나의 추상에 불과한 이상, 공통성은 무의미하다.

사회형태와 무관한 노동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과정 그 자체, 사회형태와 무관한 노동과정 그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존재하건 존재하지 않건 별반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추상으로부터 특수한 생산양식, 사회형태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그륀트리세에서 “생산일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까닭이다.

노동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자신과 자연 사이의 신진대사를 자기 자신의 행위에 의해 매개하고 규제하고 통제한다. 인간은 하나의 자연력으로서 자연의 소재를 상대한다. 인간은 자연의 소재를 자기 자신의 생활에 적합한형태로 획득하기 위해 [자기의 신체에 속하는 자연력인] 팔과 다리, 머리와 손을 운동시킨다. 그는이 운동을 통해 외부의 자연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변화시키며, 그렇게 함으로써 동시에 자기 자신의 자연을 변화시킨다. 그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며, 이 힘의 작용을 자기 자신의 통제 밑에 둔다. – 235-6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의 ‘소외’에 관한 장을 연상시키는 구절이다. 25년 여가 지난 후에도 마르크스는 젊은 시절의 생각을 간직하고 있다 – 비록 그 의의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마르크스는 노동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며, 또한 자신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뒤에 나오지만 특히 노동수단은 인간의 “자연적 모습의 연장” (238) 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존재로 보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부딪히며, 자연을 그 자신으로 끊임없이 변형시키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관은, 사회형태와 무관한 인간관이라는 점에서 불충분하다. 자본론 1권의 3편을 쓰고 있는 마르크스는 이러한 인간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이것이 이상적 인간관인 것도 아니다. 사회형태와 관계 없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이러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나쁜 것은 인간을 어떠한 이상적 상태로부터 소외시키기 때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냥 자본주의라서 나쁘다. 한 계급의 다른 계급의 지배가 지배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나쁜 결과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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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80) 별로 안 중요한 마르크스의 인간관 – 자연 속에서 자연과 부딪히며 자연을 인간화하는 자연력으로서의 인간

  1. heesang 6월 5일
    @d˚윰 음. 아쉽게도 별다른 특수효과는 없음. 나는 정말 팡파르를 기대했는데 ㅎㅎ

    d˚윰 6월 5일
    그 자체로 번쩍번쩍 빛나보이는 관련포스트 100의 위엄!!!

    빼기일 6월 5일
    빰빠라빰!!! 수동 팡파르 드립니다~

    G.D. 6월 5일
    정말 그 자체로 빛이 납니다. 애 많이 쓰셨어요!

    약선생 6월 5일
    아, 정말 멋지세요~ 그리고 많이 아쉽네요.이제 한 달이면 선생님 글을 여기서는 못본다는게 말입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 출근 시간은 선생님 글로 열었는데 말입니다. ㅠㅠ

    heesang 6월 6일
    @d˚윰 @빼기일 @G.D. @약선생 모두 감사드립니다! 필요하다면 “마르크스의 아침편지”라도 만들어야 겠지요 ㅋ. 100은 좀 썰렁하고, 웬지 108이 끌리네요. 꼭 108에 도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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