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고용없는 성장과 노동강도

한 사회의 총자본이 매일 움직이는 노동은 하나의 단일노동일로 간주할 수 있다. 만약 예컨대 노동자의 수가 100만이고 한 노동자의 평균노동일이 10시간이라면, 사회적 노동일은 1,000만 시간으로 된다. 한 노동자의 평균노동일의 길이가 주어져 있는 경우 – 그 한계가 육체적 조건에 의해 설정되건 사회적 조건에 의해 설정되건 – 잉여가치량은 오직 노동자 수[즉, 노동인구]의 증가에 의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인구의 증가는 사회적 총자본에 의한 잉여가치생산의 수학적 한계로 된다. 반대로 인구의 크기가 주어져 있는 경우, 이 한계는 노동일 연장의 가능성에 의해 규정된다. 다음 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법칙은 오직 지금까지 고찰한 형태의 잉여가치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 자본론 1권 11장, 413-414, 강조 추가

2012년 9월 미국의 실업율은 7.8%로 하락했는데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이다. 취업자의 증가로 인해 고용율(employment-population ratio: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인구+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58.7%로 상승했다.

이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노동자 계급에 좋은 소식이고, 노동자 계급이 미국 인구의 대부분을 구성함을 감안하면 선거를 한달 앞둔 오바마에게 정치적 호재임에도 분명하다. 그런데 다른 누구보다도 기뻐할 이들은 미국의 자본가들이다. 마르크스가 말한 대로 “한 노동자의 평균노동일의 길이가 주어져 있는 경우 … 잉여가치량은 오직 노동자 수[즉, 노동인구]의 증가에 의해서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고용이 계속해서 증가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은 2011년 중반까지의 상황에 주목하도록 하자.

위의 차트를 보면:

  • (회색으로 표시된) 경기침체기를 제외하고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거의 변동하지 않았다. 즉, “평균노동일의 길이”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
  • 실질GDP는 2007년 말부터 1년 반 동안 5% 가량 폭락했으며, 2011년 중반에서야 원래의 수준을 회복했다.
  • 같은 기간 비농업부문 총취업자 수는 최대 7%까지 폭락했으며, 실질GDP가 경기침체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이후에도 2007년말 대비 95-96% 수준에 머물러있다.

요약하면 2011년 중반의 미국 경제의 총생산량은 2007년 말의 총생산과 같은 수준이었는데, 대신 여기에 투입된 노동량은 2007년 말의 95% 수준에 불과했다. 이 기간 미국경제는 고용 없이 회복하였으며 (jobless recovery), 고용 없이 성장하였다 (jobless growth).

똑같은 얘기지만, 이 기간 미국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은 4년 동안 5% 정도 증가했다.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노동생산성(정확하게는 제조업 부문의 총요소생산성)은 2004년 이후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7년 부터 2년 간 감소한 후 2009년 부터 급격하게 증가한다. 경제위기 동안의 비정상적인 생산성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2009년 이후의 증가세는 트렌드를 확연히 벗어난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보통 생산효율성의 증가, 기술의 발전, 노동자들의 숙련도의 향상, 노동강도의 증가를 생산성 향상의 대표적 요인으로 꼽는데, 지난 5년 간의 상황은 어땠을까?

첫째, 아마도 2007년부터 시작된 대량 해고는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예를 들어 감원 이전에는 잉여인력이 고용되어 있었을 수 있다). 감원으로 인해 총생산량은 감소했지만,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은 증가했을 것이다. 둘째, 경제위기 시에는 기업들이 투자와 연구개발을 대폭 줄이기 때문에 기술발전 정도가 높지 않았을 것이다. 생산성의 개선에서 기술발전과 혁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상시에 비해 낮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셋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노동자들의 숙련도와 기술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 고용이 불안정한 판에 누가 교육과 훈련에 신경을 쓰겠는가?

뒷받침할 자료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네번째 요인, 그러니까 노동강도의 증가가 생산성의 개선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제조업체는 아니다) 경제위기 이후 거의 매년 10% 정도의 직원을 감원했다. 감원이 발표된 이후에는 이메일을 통해서 세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째, 이것은 고통스러운 결정이지만 가혹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마도 이메일을 쓴 사람이 솔선수범하여 자신을 희생했다면 납득할만 했을 것이다). 둘째, 더 적은 수의 직원으로 예전만큼의 아니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영어로 짧게 표현하면, do more with less; work smart). 셋째, 그렇다고 더 오래 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너무 일에 빠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고, 회사를 위해서도 충분한 휴식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실은 초과근무수당이 비싸고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경제주체 모두가 부채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요즘, 자본가들은 가변자본을 늘려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방식으로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가 어렵다. 표준노동일의 법적 강제 때문에 노동시간을 늘릴 수도 없다. 혁신과 기술개발에 기대기도 어려운 (그러니까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 어려운) 지금 아마도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서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이야말로 잉여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빨아먹기 위해 자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노동강도의 증가는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잉여노동시간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절대적 잉여가치생산의 한 방식이다).

다행히 사정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2012년 9월 11만 4천명의 신규 노동자들이 자본의 헌혈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피를 뽑아내느라 기증자들이 조금은 힘들어하는 것 같고 자본 자신도 약간은 피로하지만, 익숙해진 이상 속도를 늦출 필요를 느끼지는 못한다. 자본은 그저 새로운 혈액기증자들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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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100) 고용없는 성장과 노동강도

  1. “아마도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서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이야말로 잉여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빨아먹기 위해 자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이 말에 100% 공감합니다. 제가 일하는 팀의 경우 2008년 이전 최고점을 찍었을 때 7명이 일했는데 현재는 2명이 일합니다. 물론 일이 많이 줄긴 했지만 1인당 업무량이 배는 늘었죠. 업계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제 직종의 경우 주요 회사들에서 최근 10년 넘게 신입사원을 안 뽑고 있으니까요. 마흔 초반의 15년차 직원도 막내인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좀 섬찟하네요. 실업률이 줄어드는 걸 그저 좋은 징조로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군요. 최근 몇년 새 좀비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끄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 감사합니다. 제 경험이 독특한 경험이 아니었군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힘들고, 직장이 없는 사람들도 힘든 그런 시절인 것 같습니다.

      참, “자본을 읽다”에 대한 훌륭한 비판, 잘 읽고 있습니다…

  2. 드디어 100회네요. 생각나는 게 있어 글을 하나 방금 썼어요.
    이 100번째 연재를, 저 자신도 말없이 손꼽아왔는데, 정말 축하드립니다! :)

    1. 아하 감사합니다. 분량을 보면 1000회까지 써야 3권이 끝날 것 같은데 한 10년 걸리려나요?

      참, 전화를 몇 번 드렸는데 안 받으셔서 :) 제가 스카입으로 전화를 드리니까 번호가 안뜨면 접니다 ㅋㅋ

      1. 으… 이런… 그러셨군요. 근데 발신자미상의 전화, 안 온 것 같은데… 암튼 앞으론 좀 더 주의를 기울일게요 ^^;; 건강하세요!

  3. 100회를 맞이하야 마지막 문단에 명문을 남겨 주셨군요. 예비기증자인 저는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아니 스마트하게 섭취해둬야 겠습니다. 앞으로도 순행하세요!

    1. 예비기증자시군요! 저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마르크스를 몰라서 회사에서 일하라고 컴퓨터 주는 것에 정말 감격(?)했었습니다. ‘내가 기증자다’라는 자부심을 항상 잃지 마시길 ㅎㅎ

      앞으로도 순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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