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리스크

선거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 여기에 토해내고 잊어버려야겠다 :)


좌파 세력이 제도권 정치 내에서 유의미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국회의원선거 정당명부제 도입 없이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단일화 협상에 시간을 낭비할 것이다. 게다가 단일화라는 단어는 지루해진지 오래다. 만약 선거제도 개혁이 지난한 과제라면 나는 진보세력이 진보정당을 모두 해체하고 민주당에 대거 입당해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제도권 정치는 제도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좌파의 제도권 정치 역량이 거의 완전히 무너진 지금은 정권교체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적어도 유의미한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며 더욱이 중도층이 집권해야 좌파 세력의 발언권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심상정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결선투표제 등의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받은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지 않을까.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박근혜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나는 결국 문재인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후보지지와 관계 없이 다수가 정권교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권교체를 핵심적인 선거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안철수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흔히 새로운 정치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기존 정치세력을 혐오하는 중간층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플러스 알파를 야권에 더하기는 커녕,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마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은 말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비전을 실행한다. 말은 명쾌해야 하고, 행동에는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오직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진심이니 진정성이니 하는 것들도 물론 의미있지만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심이나 진정성은 영업성 멘트에 불과하다. “검산도해를 건넌” 안철수는 “항상 진심”이었다는데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진심이라면 문재인도 박근혜도 안철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안철수의 말은 모호하고 그의 행동은 기존의 정치관행과 다르지 않다.

단일화 과정에서 그는 민주당의 변화를 주장하면서도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민주당을 구정치세력 취급했지만, 그의 선거대책본부장들은 모두 기성정치인들이었다. 민주당의 구시대적 선거운동을 비판하면서 협상을 중단했을 때, 그는 비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단일화, 박근혜를 이기는 단일화를 거듭 주장하면서도 전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없는 방식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약속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퇴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일화를 바라던 사람들은 안철수의 약속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1대 1 구도를 만들어 박근혜를 이기는데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사퇴회견에서 단일화와 관련된 자신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안철수가 안철수를 중재하는가?). 사퇴 이후에는 말로는 문재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한 행동에서는 나서지 않고 있다. 누가 보아도 그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 이후에 쏠려있다. 정권교체가 새로운 정치의 전제조건이라는 그의 말은 허공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안철수다. 정권교체에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할 때, 모두들 원군이 오는지 안 오는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명나라 원군은 오면 좋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명나라 원군이 오건 오지 않건 전쟁의 승패는 이순신 장군이 호남을 수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가 문재인과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은 새누리당도 반대하지 않을 만한 좋은 선언문이다. 거기에 무슨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선언문이 그가 생각하는 새정치의 요체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꼭 성취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정권교체가 새정치의 전제조건이라면, 즉각 참전해서 최전선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애매모호한 말과 행동으로 더 이상 사람들 헷갈리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왜 정치인의 연설문을 읽으면서 진의가 뭔지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구태정치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하고 당분간 잠적하는 것이 좋겠다. 정치에서든 연애에서든 애매모호함이야 말로 가장 피곤하고 비효율적이며 짜증스러운 구시대적 행태니까 말이다.

Print Friendly, PDF & Email
SNS로 공유하기!

4 thoughts on “안철수 리스크

  1. 희상샘과는 몇 가지 점에서 좀 생각이 다르지만 그건 뭐 중요하지 않고,
    저는 “진심”으로 안철수가 개새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볼드+밑줄 강조된 부분이 마음에 드는군요. :)
    혹여라도 차기에 그가 대통령이 되면 (별로 가능성 없다고 보지만)
    저는 그냥 일본으로 갈랍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아래서도 얼마든지 살겠지만 저런 이상한 사람 아래선 못 살겠어요.

    1. 헉 G.D.님 이런 격한 댓글을 ㅎㅎ 안철수가 정말 싫으신가봐요. 그런데 저랑 어떨게 생각이 다르신지가 궁금해요.

    2. 전, 걍 이번 대통령선거가 실타능…

      근데. GD님 일본 가실 때 저두 좀 데리고 가주심 안되나여?

  2. 안철수 캠프 내에서 안철수에게 반발했다는
    조용경이란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TK에 경기고/서울법대 출신인 이 사람은

    일찍이 박태준의 비서였고
    그 덕에 포스코의 산하 기업에서 임원 등을 역임했고
    지금 박근혜당인 새누리당의 전신이었던 민주자유당에도 있었군요.

    http://www.ilovehansong.co.kr/

    안철수와는 포스코의 사외이사로서 만났던 것 같아요.

    박선숙, 송호창이 민주당에서 보낸 트로이의 목마라면
    조용경은 새누리당에서 보낸 트로이의 목마…

    이런 이력으로 보아서
    조용경 등이 반발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거로군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