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트 피자” 논란에 부쳐

[정용진]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나? 많은 분들이 재래시장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되고 어차피 고객의 선택이다.”

[조국] 헌법의 경제이념: “헌법은 자유경쟁의 이름 아래 시장 약자를 몰락시키는 경제질서를 상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정권은 위와 같은 헌법의 이념을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서, “생각건대 헌법 경제조항의 이념이 구현되려면 국가를 압박하는 주권자 시민의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 덧붙여, “시민은 정 부회장이 비웃는 ‘이념적 소비’를 보란듯이 실천해야 한다”라고 촉구. (전문)

[김규항] 국가의 역할이라는 명목으로 조국은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지만, 이런 비판은 정작 오늘 대한민국에 시장 지상주의를 본격화/구조화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동시에 시야에 넣지 않는다면 기만이다. 또한 조국은 시민의 자발적인 ‘이념적 소비’ 또는 ‘착한 소비’를 촉구하는데,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생존 자체가 숙제인 비정규 노동자들이 ‘착한 소비’를 촉구받는 건 공정한 일일까?”라고 반문. “시민에게 촉구해야 할 것은 ‘착한 소비’가 아니라 ‘시장 자유에 대한 경계심’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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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김규항, 다 좋은 말 했다. 그래도 간단히 논평을 하자면…

1. 먼저 김규항. 좀 엉뚱하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단 것인지가 좀 부실하다는 점에서… 논의의 맥락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미덕이 있다. 근데 김규항은 조국교수를 비판하면서 “착한 소비”가 아니라 “시장 자유에 대한 경계심”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작 조국 교수는 그 둘 모두를 강조했다.

2. 조국. 미진하고 그래서 아쉽다. 자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해 좀 더 강력하게 주장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특히 다음 부분.

한나라당은 [. . .] 대중소기업상생촉진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당내에서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우려된다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지장을 준다 등의 주장이 나온다. 도대체 어떠한 법적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수 국가는 지자체 조례를 통하여 중소상인의 매출영향 평가, 지역주민의 동의를 대형 상가점포 신설의 조건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내 단순한 느낌인지 몰라도, 위 대목에서 어조가 매우 약해 보인다. 법학자이므로, 위와 같은 한나라당의 주장엔 전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음을 좀 더 강조해줬다면 더 좋았을 거란 얘기다. 몸 사리는 것 같단 느낌도 받는다. 과민반응일까? 여튼 그밖에는… 조교수의 얘기, 뭐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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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자기들 나름대로는 최선의, 좋은 얘기를 했지만, 내가 보기엔, 이번 문제를 단순히 “소비”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데는 문제가 많다. (문제, 문제, 문제…!)

나는, 좀 엉뚱해 보일지 모르지만, 왜 우리들의 “동네”에 이다지도 “동네 빵집”, “동네 피자집”, “동네 치킨집”이 많은지에 대해 먼저 의문을 제기해보고 싶다. 거대기업과 동네 구멍가게 사이의 경쟁을 국가가 나서서 조율해줘야 한다고 두 사람 모두가 주장하는데, 이 허울 좋은 주장은 결과적으로 코딱지만한 동네를 무대로 박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그 수많은 빵집/치킨집/피자집의 현실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논리일 뿐이다. 그런 주장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고사하고 의미있게 제기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제대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면 이번 “이마트 피자”의 등장은, “왜 우리들의 ‘동네’가 다들 그만그만한 빵집/치킨집/피자집의 박터지는 경쟁의 장이 되었는가”라는, 어쩌면 적어도 지난 1997년 이른바 “IMF 체제” 이래 우리 사회를 은밀하게 괴롭히던 문제를,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터뜨린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위의 두 명망가께서 그러듯, 만약 우리가 이번 “이마트 피자” 사태를 맞아 “국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바로 위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은 애초에 국가는, 우리들의 “동네”에 그렇게 많은 빵집/치킨집/피자집 등등이 생기는 것을 방치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 그런 것들이 좁아터진 동네에 그다지도 많이 들어섰는가?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고, 그다지 대단할 것은 없어도 나름 먹고살만한 수입은 안겨줬던 작은 사업체를 청천벽력 같은 “IMF 체제” 아래서 하루아침에 말아먹고, 그들은 다 어떻게 됐는가? 만만한 동네에 피자집을 냈다. 때마침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프랜차이즈”도 하나 가입하고. 그러니까 국가는, 이런 이들이 애초에 동네에 피자집을 내지 않아도 되게, 좀 더 그들이 이제껏 살면서 배양해온 그들 나름의 기술을 발휘할 수 있거나, 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었어야 했다. (추가: 물론 그 이전에 국가는, 이들이–때로는 “명예퇴직”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허망하게 회사에서 잘리거나 망하게 하지 말았어야 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김규항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본격화/구조화한 원흉이라고 했는데, 그 정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지 않은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피자맛도 모르는”(띠-디-리.띠리리~♬) 희생자들이 동네에 피자집 내면서 바득바득 살아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의 문제가, 이번 “이마트 피자” 사태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동네 피자집들이 과연 “이마트 피자” 때문에 망할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이마트에 당하기도 전에 아마 자기들끼리 치고받다가 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솔직히 말해, 피자집? 우리 주변에, 한 동네에서 5년, 10년 살아남은 피자집이 얼마나 될까? 피자집 하다가 안 되면 닭튀겨 팔고, 그러다 안 되면 포장마차도 했다가… 뭐 이러는 거 아닐까? 물론 개중에는 좀 오래된 곳도 있다. 그러나 우린 그런 피자집들이 십중팔구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토핑이 부실해지고 배달알바도 점점 싸가지없어진다. 왜 그럴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바로 “피자맛도 모르는”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하나 믿고 겁도없이 들어와 나름 “공격적인 영업”으로 분위기 다 망쳐놓고 망해서–이 경우 프랜차이즈 자체가 망하기도 많이 한다–떨어져나간 다음에, 기존에 그나마 괜찮던 피자집들이 비록 살아남기는 해도 만신창이가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동네 피자집이 이마트 피자 때문에 망하게 생겼으니 우리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라는 말이 씨알이 먹히려면, 그 피자집은 이마트 피자가 없던 지난 적어도 10년, 20년 세월동안 우리 동네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착한” 피자집이어야 한다. 이런 피자집이 아닌 다음에야… 위 칼럼에서 조국교수가 말하는 “착한 소비”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나, 안 착한거?). 까놓고 말해, 대체 왜!!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동네에 들어선 별볼일없는 (“별볼일없다”는 게 중요하다) 피자집들을 소비자들이 지켜줘야 한단 말인가? 동네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차피 애착도 없는데? 김규항 말마따나…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말이다….

그렇담… 동네 주민들도 안 지켜주면 이제 동네 피자집은 어쩌란 말인가? 일단 앞에서 말했다. 이들이 당장에 이마트 피자 때문에 망할 일은 없을 거다. 이들에겐, 아직은 먼 이야기인 “이마트 피자”보다는 옆에 새로 연 통닭집이 더 신경이 쓰일 것이다. 착한 소비? 아마 이들은 기대도 안 할 거다. 어차피 사람들이–그래봐야 몇몇–착한 소비 해봐야, 그 착한 사람들이 돌봐줘야 할 “동네 빵집”, “동네 치킨집”, “동네 피자집” 등은 넘쳐나고, 그들이 우리집 피자 안 사먹고 옆집 피자, 뒷집 통닭 사먹으면 말짱 소용없는 거니까.

지금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각별히 중요한 것도, 사태가 바로 이렇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따라서 두 가지로 갈린다. 첫째로는 당연히 대기업과 동네 구멍가게의 무한경쟁 상황을 어서 종식시켜야 한다. 질서를 좀 잡아줘야 한단 얘기다. 둘째로는 동네에 피자집 등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 사실은 자기들이 여태껏 책임방기한 결과임을 통감하고 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끝으로: 피자집, 절대 만만한 게 아니다. 그것이 동네에 여는 것이든, 이마트가 하는 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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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thoughts on ““소비”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트 피자” 논란에 부쳐

  1.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ㅎㅎ ‘소비’ 문제로 환원되는 것에 대해 EM님이라면 분명히 한마디 하실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능! (예지력 상승 +2)

  2. IT 전공자들이 늘 하는 “나중에 동네 치킨집이라도 차리면 성공”이라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부터 해결을 좀 해야겠죠 orz

    1. 그렇죠.. 어쩌면 더 문제는, 동네 치킨집이라도 차리는 게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꿈”이라는 것이죠.. ㅠㅠ

  3. 오홋… 비슷한 주제로 이바구 좀 풀라고 했는데 늦었군요. ㅋ

    저는 “야식배달”과 관련해서 구라를 떨려고 했는데, 뭐 기본적인 이야기는 이미 EM님이 다 하셔서 그만 둘랍니다. ㅎㅎ

    항상 건강하시길

    1. 무슨 말씀이세요! 같은 구라라도 행인님께서 치셔야 제맛이 나는 법인데… 한번 더 쳐주시죠! 원하는 사람도 많을텐데요.. ^^

      (그나저나 하시는 일은 잘 되시나요? 논문땜에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행인님께서 종종 표현해주시는 답답한 심정에 동감하고 있는 터라.. ㅎㅎ)

  4. 응원에 힘입어 구라를 쳤는데 EM님 글에 글걸기를 하려고 했더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네요… ㅜㅜ

    (논문은… 그저 슬픕니다. 헙…)

    1. 글 잘 읽었어요. 행인님 글을 읽으면 언제나 그렇듯, (소재를 다루시는 솜씨 덕분에)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동시에 (그러나 늘 우리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 말씀하시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여튼 쓰시기 정말 잘 하셨어요 ^^

      트랙백은… 저도 요며칠전에 깨달았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트랙백 주소를 일단 내보여야 하는데, 그것도 몇 군데 손을 대야 하고요… 그게 해결돼도, 더러는 트랙백이 안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언제 함 날잡아서 손봐야할듯요.. 아.. 독립 블로거의 길은 멀고도 험하네요 ㅎㅎ

  5. 이른바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중소 기업의 형편이 나아질까요? 이 놈의 나라의 이른바 자영업자 수가 경제 협력 개발 기구 회원국 평균의 두 배나 되는데 말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농지 개혁 이후의 농민의 분화, 이촌향도, 도시 빈민의 형성도 모두 신세계나 롯데 탓이겠지요? 그때에는 코스트코는 없었으니까요. 이른바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현재의 산업 구조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정상이 될 때까지 구조 조정이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정상이 된다고 해도 호황 때에나 장사가 잘 되겠죠. 괜히 독점, 복점, 과점 같은 게 생겼겠어요? 하다못해 붕어빵 장사나 군고구마 장사도 흥하는 데만 흥하고 망하는 데는 망하는데 말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자유 시장 경제에 있는데, 글깨나 쓰고 말깨나 한다는 분들은 그걸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알고 싶어하시지도 않겠지요.

    고등어도 비싸서 못 사먹는 저는 영영 착한 소비자가 못 될 듯합니다. 착한 소비 운운하시는 분들께서 착한 소비자 선수권 대회라도 열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대회의 영예의 선수권자는 보나마나 이건희 씨가 아니겠어요? 그분 정도의 재력이면, 담배 한 갑에 백만 원도 지불하실 수 있겠죠? 담배 가게 아저씨께서 얼마나 고마워하시겠습니까? 웃자고 한 이야기인데 하고 보니 씁쓸하네요. 똑똑하신 분들 덕분에 착한 소비와 착하지 않은 소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분들께서 나쁜 소비라고 꾸짖어 주시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요. 하기야 꾸짖어 주신다고 해도 다수의 착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한겨레를 안 읽으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만요.

    88만 원 세대 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또 앞으로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다고 말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랍시고 남의 거시기가 붉다느니 뭐니 하는 정도의 인신 공격밖에 못 하는 사람들이 주류인 이 바닥의 생태계에 정이 떨어집니다. 제놈들이 뭔데 멀쩡한 사람에게 착하지 않은 소비자라는 낙인을 찍는답니까? 제 나라의 진정한 권력 세습을 끝장낼 용기도, 의지도 없는 놈들이 남의 나라 권력 세습에만 주둥이를 놀리는 꼴이 가히 볼 만합니다. 남의 동네 건달 욕을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욕한다고 제 오장육부가 참기름에 비벼질 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안 그래도 못 먹고, 못 입어서 서러운데 별 되도 않는 훈계를 듣고 꼭지가 돌아서 EM 님 블로그에 넋두리를 늘어 놓았습니다. 너그럽게 봐 주십시오. 그러나 제 거친 한탄이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께서 그렇게 위하시는 민중의 솔직한 심정이니까요. 그래서 댓글 남깁니다.

    1. 간만에 뵙네요 ^^ 잘 지내셨길 바랍니다..

      네, 아주 좋은 지적이십니다. 생각해보면 “착한 소비”라는 표현은, 이른바 “선진국” 즉 유럽이나 북미와 같이, 계급/계층 분화가 매우 뿌리깊게 이뤄져 있어서, 정치적인 담론들도 특정한 계급/계층 안에서만 이뤄지는 곳에서나 그나마 의미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런 나라들에서야 “착한 소비”라는 범주화란 어차피 특정 계층 안에서만 머물 것이므로 공정무역 커피를 안 사먹는 사람들을 “나쁜 놈”이라고 낙인찍기 쉬울지 몰라도, (그런 사회들에 비한다면 훨씬 “평등주의적인”)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가는 당장 공정무역 커피를 사먹을 돈도 없는 사람들이 “그럼 내가 나쁜 놈이란 말이냐”라고 들고 일어나기 십상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착한 소비”란,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그것이 애초에 의미했던 일정한 “정치적 성과”도 거두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분열과 계급/계층 간 반목을 조장하기 쉽지요.

      그런 의미에서, “착한 소비자 선수권 대회” 말씀은 정말로 정곡을 찌르시네요. 게다가 웃겨 죽겠습니다 ㅋㅋ 네, 말씀하신 대로, 아마 그런 대회를 연다면 이건희가 우승하겠죠.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덜 자본주의적으로 길러진 한우와 채소를 드실테니까요. 얼마를 주고서라도 말이죠…

    2. :::오해의 소지가 있어 조금 덧붙임:::

      그렇다고 “착한 소비”가 나쁘다거나, 하지 말자는 얘긴 아니다. 그것이 위에서 장준환 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또는 내가 말한 것과 같은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만약 그런 한계를 인식한다면, 지금처럼 그것이 마치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떠들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그저… 힘없는 개개인들이 할 수 있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는 몇 가지 실천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실천할 가치가 있다.

      1. 저도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조금 덧붙입니다.

        실제로 저는 기업형 슈퍼마켓을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네의 노점이나 중소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편이죠. 제가 사는 곳이 빈촌이라 기업형 슈퍼마켓이 없는 데다가, 제 경험으로는, 보통 노점이나 중소 슈퍼마켓의 상품 가격이 기업형 슈퍼마켓의 그것보다 쌉니다. 행사 때를 제외하면요.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상품도 대개 실속이 없고요. (이런 점에서 과연 착한 소비를 주장하시는 분들께서 착한 소비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말하자면 굳이 이념적으로 소비하지 않아도 착하게 소비하고 있다는 게지요. 이른바 착한 소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착한 소비를 하지 말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십시오. 다만, ‘착한’, ‘윤리적인’, ‘공정한’ 따위의 수식어는 붙이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저 같은 저소득 계층의 협조는 필수적입니다. 중간 소득 계층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죠. 그렇다면 이처럼 배제적인 규정이 대오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착한 소비를 할 수 없는 이들은 착한 소비 운동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고, 이는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나 그들의 주장을 싣는 매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분들의 진정성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그런 진정성이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대안을 낳아야 한다는 거죠.

        저도 한때는 급진적 환경 보호론자였죠. 무려 삼 년이나 물로만 머리를 감았습니다. 물로만 머리를 감다 보니 냄새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늘 머리카락 길이를 매우 짧게 유지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육식이 지구 온난화에 나쁘다는 소리를 듣고 고기도 안 먹었습니다. (물론 고기를 사 먹을 돈도 없었지만요.) 그러나 이런 제 행동에 ‘착한’, ‘윤리적인’ 따위의 수식어를 붙이자 제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저를 미친놈이라고 부르더군요. 당장에 환경 오염이나 지구 온난화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도덕에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경제 또는 사회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겠죠. 이미 소비 사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면, 소비 사회의 모반을 완전히 뗄 수 있을 때까지는 욕망을 지속 가능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경제 사회 체제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을 따로 또 같이 모색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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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물론 생존권에 관련해 우리동네에 왜 이렇게 많은 닭집들이 널려있는가가 더 일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이마트 피자 사건(?)은 그것과는 별개로, 단일 케이스로서 여기에만 집중해도 충분한

    사회학적 현상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 아닌가 싶네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자꾸 논의를 다른 쪽으로 돌려서 정작 이마트 핏자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한게 좀 아쉽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1. 글쎄요… 이마트피자가 “사회학적 현상”인지까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그에 대해선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고…

      개인적으로는 이마트에서 피자 파는 것에 그다지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어쩌면 바로 이 점에서 저는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른 셈인데요…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괜찮다는 게 아니라, 거기엔 몇 가지 아주 중요한 제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거창하게 말할 건 없고요, 좀 한갓진 곳에 있는… 대형 이마트 매장에서만 팔 수 있다는 식의 조건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자가 뭐 그리 대순가” 싶기도 합니다. 즉 한편으로는 어차피 피자 자체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란 얘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움직임이 좀 더 커다란, 그래서 잘 감지되지 못하는 다른 움직임의 일부란 뜻이기도 합니다. 실은 위에서 자영업자 얘기한 것도 바로 이 후자의 맥락에서인데요, 그렇다면 이번 문제를 “피자”의 문제, “이마트”의 문제, 또는 “대형마트 vs 구멍가게”의 문제 등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인 시각이라는 겁니다.

      결국 “대형마트의 자유화”라는 이슈도, 과거엔 그저 “글로벌 독점자본의 농간” 정도로 봐도 무방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어림잡아 IMF 이후부터 자라나온 자영업자 문제와 별도로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8. 한 가지 더. 우리 엄니 말씀도 참조할만함.

    이제는 늙어져서 고궁에도 공짜로 들어가시는 엄니, 따라서 나의 ‘노모’께서, 아들이 그럴싸한 양복 한 벌 없다는 것을 한탄하시면서, “폐지라도 주워서 니 옷한벌 해줘야겠다.” 하셨다.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하지만 그럴싸한 양복 한 벌 없다는 것은 별로 안 슬프다.)

    하여간, 엄니 말씀이, 최근 폐지줍는 사람이 엄청 늘어났으며, 그게 꼭 노인네들만 하는 일도 아니라는 거. 뭐 맞는 얘기고, 위 ‘동네’ 문제의 또다른 한 단면…

  9. 사실 이마트피자 사태 때 이 글과 동류의 문제의식을 갖고 논문주제로 만들어 보려다가 연결연결하여 지금에 이른 것인데. 이 사례를 언급해볼까 이 글에서 도움을 얻어 볼까 하여 지난 글이지만 읽고 있슴돠. 그런데 여기 제목에선 ‘이미트’! 피자로군요ㅎㅎ 하여간 이 블로그에서 많은 힌트를 얻더라도 레퍼런스에 어찌 넣어드려야 할지… 완전 미정임….

    1. 오..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 도움이래봤자.. ‘내가 혼자가 아니군’ 하는 일종의 안도감 정도가 아닐까요?ㅋ 레퍼런스에 웹사이트 넣는 것도 요샌 표준화되어 나온 게 몇 있던데요? ㅎㅎ 농담이고, 그냥 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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