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의 정치경제학 (1) 공공요금, 과연 낮은 것이 좋은가?

저번에 ‘저물가정책은 곧 저임금정책’이라는 취지의 글을 하나 썼다(링크). 이 글은 그 후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좀 더 크고 일반적인 주제도 부분적으로 건드릴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글은, ‘공공요금’에 대한 것이다.

1. 공공요금,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높이는 것이 좋은가?

정초부터 곳곳에서 공공요금 올린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공공기관(한전,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등)의 엄청난 부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낮은 공공요금이 이를 일으킨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보통 진보진영에서는 공공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지만, 이번엔 그것이 공공기관 부채 문제와 엮이면서, ‘공공요금 현실화(=인상)’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어쨌든 진보진영은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대체로 옹호해 왔고, 이는 그들의 ‘反 물가인상’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의 삶이 고달파진다는 게 그 논리다.

반면 우리나라 공공요금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비판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러한 낮은 요금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전기나 물을 마구 사용한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내 경험에 비춰봐도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이 낮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공공요금,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2. 공공요금이 높으냐 낮으냐는 노동자에게 아무 상관 없다.

공공요금이 뭔가? 수도요금, 전기세, 버스/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요금 등을 말한다. 즉 누구나 삶을 살면서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다. 필수품인 만큼, 그러한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에 필요한 재원은 임금(=노동력 가치)의 일부를 이룬다. 따라서 (앞에서 물가 일반에 대해 말했던 것처럼) 공공요금이 높으냐 낮으냐는 노동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컨대 집에서 일터로 가기 위해선 버스를 타야만 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치자. 그는 일반적인 정의대로, 노동력 재생산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받고 있다. 즉 이 금액에 단 1원이라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으면 곧 노동력 재생산이 불가능해져 정상적인 노동을 수행할 수 없단 뜻이다. 물론 그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금액(=버스요금*승차회수)이 그의 임금엔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때 버스요금이 두 배로 올랐다면? 말할 것도 없이 그에 상응해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는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출근을 하기 위해 다른 소비재원에서 자금을 끌어와 교통비로 쓰면 그는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상적인 노동력 재생산, 생산활동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버스요금 상승분은 정확히 임금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간단히 중간결론을 내려 보면… 어차피 공공요금의 등락은 임금에 100%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오르든 내리든 노동자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가 되겠다(물론 지금 우리는 매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공공요금 인상론이 대두될 때, 진보진영이 대개 그러듯이 이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굳이 주장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공공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애써 주장할 이유도 없다(하지만 이후 논의에서 이런 당연해 보이는 명제 또한 반박될 것이다).

물론 실제 현실에서는,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위와 같이 정상적인 임금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이 사회에 만연해 있고, 그마저도 많은 실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러니 정부로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원가보전도 못하는 낮은 수준에서 공공요금을 책정하기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당분간 우리는 논의를 추상화/단순화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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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공공요금의 정치경제학 (1) 공공요금, 과연 낮은 것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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