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의 정치경제학 (2) 공공요금의 ‘가격’으로서의 특수성

시간이 없어 다 못 썼는데, 앞의 글의 논지는 저번에 썼던 물가에 관한 글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공공요금’에 대한 것. 그래서 일반적인 상품(가격)의 경우와는 상이한 분석을 필요로한다. 그래서 계속한다.

(혹시 헷깔리는 분들을 위해 쓰면… 내가 여기서 공공요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수도요금이나 전기요금, 버스요금 등을 말한다. 이렇게 수도/전기/가스/대중교통 등의 공공재화/서비스는 ‘공공기관’에 의해 공급된다. 흔히 ‘공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공기관의 일종이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 개의 공공기관이 지정되어 있다. ‘공공기관’과 각종 관공서, 정부기관들을 합쳐 ‘공공부문’이라고 한다.)

3. 상품의 가치: 공공재화/서비스의 특수성.

3-1. 보통 상품의 가격은 ‘원가+이윤’으로 이뤄진다. 고전경제학이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 한 상품의 가치 = 불변자본 + 가변자본 + 잉여가치

라는 공식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가치’와 ‘가격’ 간의 불일치는 무시하자. 여기서 불변자본이란 상품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료와 반제품, 기계와 설비 등의 가격 총합이고, 가변자본은 곧 임금이다. 결국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원가’라고 하는 것이 곧 ‘불변자본 + 가변자본’인 셈이다. 그렇다면 ‘잉여가치’가 곧 ‘이윤’인데, 보통 경제학에서는 ‘이윤’이 자본가의 수고에 대한 대가 등으로 이해되는 반면, 마르크스적 의미에서 ‘잉여가치’란 노동자가 행한 노동 중에서 ‘임금’으로 지불되지 않은 부분, 즉 ‘잉여노동’에 그 원천을 두고 있다.

사실은 바로 이러한 잉여가치의 존재가 자본주의를 다른 생산양식들과 구별시켜주는 핵심적인 특징이다. 잉여가치의 발생 가능성은, ‘생산과정에서의 노동시간’과 ‘거기에서 소비된 노동력의 회복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시간’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데서 이미 주어진다. 다시 말해, 내가 책상을 만들기 위해 8시간을 일했다 해서, 책상제작에 쓰인 노동력의 회복(=재생산)에 필요한 샌드위치를 생산하는 데 8시간이 들어갈 필요는 없단 얘기다. 샌드위치 만드는 데는 기껏해야 4시간(곡물의 재배시간을 평균적으로 고려해서) 이상이 들진 않을 것. 따라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해 8시간을 부려먹은 뒤, 4시간짜리 샌드위치 하나만 던져줘도 이 세상이 돌아가는 데는 아무런 차질이 생기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차액인 4시간을 자본가는 ‘공짜로’ 먹게 된다. 그게 ‘잉여가치’이고, 이는 ‘이윤’의 원천이다. 물론 노동자 쪽에서는 샌드위치는 4시간이면 만든다는 걸 알기에 자본가를 위해서 4시간 이상은 일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의 조건—모든 생산수단이 자본가에게 집중되어 있다는—때문에 그는 자본가를 떠나서는 어떠한 생산활동도 할 수 없고, 따라서 다만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자본가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는 하루 노동시간(8시간) 중에서 노동자가 자신을 위해 일하는 시간(4시간)을 ‘필요노동시간’, 자본가를 위해 일하는 시간(4시간)을 ‘잉여노동시간’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루 노동시간 및 그것의 분할(필요+잉여)이 사회적으로 결정되어, 특정한 사회에서, 특정한 시점에는 하나의 ‘사회적 상수(constant)’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자본가와 이를 저지하려는 노동자 간의 투쟁(=계급투쟁)을 통해 하룻동안의 ‘표준노동시간’이 정해졌고, 그 분할비율 또한 이 투쟁의 결과로 사회 차원에서 시시각각 결정된다.

* 이와 같은 ‘사회적 상수’의 존재가 마르크스경제학을 ‘과학’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근거들 중 하나다. 최근 Kenneth Rogoff와 Carmen Reinhart의 ‘실수’를 둘러싸고 말이 많은데(링크),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Samuel Brittan은 이와 관련, “경제학에는 ‘상수’로 취급될만한 ‘매직넘버’가 없다”라는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푸념을 인용하면서 ‘경제학의 비애’를 대변하기도 했다(링크). 그러나 마르크스에겐 그러한 ‘상수’가 분명 있으며, 그것은 물리학 등 자연과학에서의 상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3-2. 보통 상품의 가치(=가격)는 이상과 같은 원리로 결정된다. 하지만 국가나 각종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공공재화/서비스의 경우도 그러할까?

여기서 우리가 고려할 점은, 일반적인 상품과는 달리 공공재화/서비스들은 통상적인 자본-임노동 관계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사실이다. 물론 공무원들이나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준공무원들도 일반적인 임금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임금을 받고, 그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시간동안 노동을 행한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거기엔 ‘자본가’가 없다. 그것이 중요한 차이다.

앞에서 책상의 예를 들었으니, 이를 계속 가지고 가 보자. 그리고 이번엔 그것이 자본이 아닌 국가에 의해 생산된다고 가정해보자. 생산의 조직자가 자본가에서 국가로 바뀐다고 해서 책상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료/반제품/설비/기계 등의 양이나 종류가 달라질 리는 없다. 노동도 전과 같이 필요할 것이다. 필요노동시간이 4시간이라는 점도 바뀔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잉여노동시간은? 잉여가치는? 그렇다. 바로 그것이 문제인데, 왜냐하면 국가는 자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가가 아니기에 국가는 잉여가치 획득을 목적으로 생산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이 아니라 국가가 생산을 조직할 경우, 노동자는 잉여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가? 원칙상 그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원칙상으로는 노동시간도 4시간으로 줄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전과 같은 양의 불변자본을 가동해서 종전과 같은 양의 사용가치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8시간의 추가노동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이제 책상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두 사람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해, 일반기업에서는 노동자들이 8시간 일하는데 공기업에서는 4시간만 일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게 되면 이 자본주의 경제가 제대로 유지되겠는가? 공기업 노동자들도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8시간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책상 하나 만드는 데 1명이면 족하다. 물론 그는 일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8시간 일하고 4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샌드위치)만을 받을 것이다. 이럴 경우 문제는 보통의 경우라면 ‘잉여노동(시간)’이라고 불렸을 4시간의 행방이다. 일단, 공기업 노동자가 8시간 동안 일하고도 4시간분에 해당하는 가치액만을 임금으로 받았다면 분명 4시간의 ‘잉여’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자본가가 아니므로 그러한 잉여를 스스로 취해 개인적 치부에 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잉여의 일부는 생산에 재투자돼 ‘확대재생산’의 재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종의) 축적은 국영기업에서도 필요할 것이지만, 국영기업의 목적은 잉여가치 획득이나 축적 그 자체가 아니고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므로 (예컨대 인구감소 등에 따라) 그러한 필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투자를 늘릴 이유도 없다.

4. 공공요금의 결정원리.

결국 이상의 논의에 따르면, 공공재화/서비스의 ‘가치’는,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상품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즉 국가에 의해 생산된 책상이나 자본에 의해 생산된 책상이나 같은 크기의 가치를 갖는다.

  • 자본에 의해 생산된 책상 = 원료/설비 + 8시간 = 불변자본 + 가변자본(4시간) + 잉여가치(4시간)
  • 국가에 의해 생산된 책상 = 원료/설비 + 8시간 = 원료/설비 + 임금(4시간) + 4시간

그렇다면 가격은? 보통은 위에서 결정된 가치에 준해서 가격도 결정되겠지만, 공공재화/서비스의 경우엔 ‘원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수도 있다(즉 원료/설비 + 임금). 즉 자본이라면 생산의 목적일 잉여가치 획득이 국가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가격에 산입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종종 공공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일도 있겠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로 보자. 아니, 사실은 공기업에서도 기존설비의 보전이나 최소한의 재투자 등은 도외시할 수는 없으므로 가격이 원가보다는 조금 높은 게 보통이겠다. 이런 모든 사정들을 염두에 두면서도,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우리는 ‘공공요금=원가’라고 하자.

  • 국가에 의해 생산된 책상의 가격 = 원료/설비 + 임금(4시간)

한편 사정이 이렇다면, 공공요금도 일반적인 물가상승에 발맞춰 오르는 게 정상일 것이다. 앞의 글에서 살펴본 대로, 물가상승은 곧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상승이므로 이는 임금상승으로 반영되지 않을 수 없으며, 공공요금의 한 구성부분인 임금이 오르면 공공요금 자체도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석유 등의 원재료 가격상승도 공공요금 인상을 낳는 요인이다. (계속)

Print Friendly, PDF & Email
SNS로 공유하기!

4 thoughts on “공공요금의 정치경제학 (2) 공공요금의 ‘가격’으로서의 특수성

  1. 와.~ 정치경제학 수업듣는거 같아요.
    선생님 글 잘보고 갑니다.
    제 시작페이지중 하나가 선생님 페이지인데, 매일매일 눈팅만 하고 나가는것도 죄송하고 해서 영양가 없는 댓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방명록을 이용해!!)

    1. 잘 지내시죠? ^^ 뭐가 죄송씩이나 하세요 :)
      글 하나 더 썼으니, 마저 봐주세요. 그것까지 보셔야 끝납니다 ㅎㅎㅎ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