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마르크스와 특허

와트의 위대한 천재성은 그가 1784년 4월에 얻은 특허권의 명세서에 나타나 있는데, 거기에는 그의 증기기관이 어떤 특수한 목적을 위한 발명이 아니라 대공업의 보편적 동력기로 서술되어 있다. – 자본론 1권 15장, 508, MEW 23, 398

자본론 1권에서 마르크스는 “특허”라는 단어를  세번 언급하는데, 두번은 남을 조롱하기 위해 일종의 비유로 사용하고 나머지 한번은 바로 위에 인용한 구절에서 기술의 보편성에 주목한 “와트의 위대한 천재성”의 근거를 제시하는데 활용한다. 2, 3권이나 잉여가치학설사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다. 특허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의 경제적, 정치적, 이론적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의 시각에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의아하고, 안타까운 측면이 많다.

1. 이해가 된다

마르크스 시대의 특허와 오늘날의 특허, 좀더 일반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동일선상에서 분석하기는 어렵다. 영국의 특허 통계를 살펴보면 마르크스가 자본론 1권을 출판한 1867년 특허출원건수는 3,723건이었으며, 이는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마르크스가 사망한 1883년에는 대략 6,000건에 이른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884년에 특허출원건수는 17,110건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1900년대 초에는 연간 출원건수가 30,000건을 돌파한다.

양적팽창 이외에도 특허제도는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특허가 주로 새로운 기술이나 발명에 부여되었지만, 우리 시대에는 새로운 생명체와 인간유전자도 특허의 범위에 포함된다. 게다가 특허 이외에도 저작권이나 디자인, 상표권 등의 적용 범위 역시 넓어졌음을 감안해야한다.

2. 그렇지만 의아하다

마르크스는 와트의 1784년 특허명세서를 자본론에 언급할만큼 기술에 커다란 관심이 있었다. 그런 그가 볼턴앤와트(Boulton and Watt)사가 특허를 통해 상당한 라이센스 수입을 올렸고, 특허권을 침해한 이들과 송사를 벌였던 일을 몰랐을리가 없다.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혁신과 신기술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마르크스가 왜 특허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연구과제가 될 수 있겠다.

3. 안타깝다

주류경제학에서는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을 경제성장의 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본다. 지식은 그 비경합성과 비배제성 때문에 양의 외부효과를 갖는 ‘생산요소’이고 따라서 별도의 보호장치가 없다면 사회전체적으로 지식이 과소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대표적인 모형인 폴 로머의 1990년 모형 역시 지적재산권을 통한 지식의 영구적 독점을 전제한다.

특허가 일종의 인센티브로 작용하여 혁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기술의 사회적 전파를 방해한다는 부정적인 면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자는 극대화하고 후자는 극소화하기 위한 절묘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실용적인 사람들도 많다.

좌파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은 보통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싫어한다. 이해도 되고 공감도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제도의 기원과 역할과 의의를 학적으로 정리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문제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 그래서 마르크스가 약간의 단초가 될만한 언급이라도 남겨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본론 3권의 농업지대에 대한 분석을 지적재산권 분석에 원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르크스의 지대론은 잉여가치 중 일부가 토지의 독점으로 인해 지대로 전유된다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적인 것은 이 지대가 표현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물적 현실 (예: 지주 계급의 존재로 인한 농업의 상대적으로 느린 기술발전)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지대론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농업에 대한 이론이다.

라이센스나 로열티 같은 것들이 잉여가치 중 일부를 특허권자나 저작권자가 전유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론이 그 지점에서 그친다면 거기에 큰 의미가 있을까. 오늘날 지적재산권의 적용범위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고, 각국의 제도는 점점 동질화되어 가고 있다. 이제 기술개발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이고 때로는 즉각적으로 상품화되어 판매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개발과 지식의 생산만을 목적으로 창업되는 기업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업간 기술의 거래규모는 경제성장률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국가 간 기술거래 규모 역시 확장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금융화의 영향일 것이며, 금융화를 더 촉발시키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경향을 놓고 오늘날 우리는 지식경제시대 혹은 창조경제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고, 그것은 표피의 변화를 과대평가한 것일뿐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주장도 있다. 등등등. 이러한 현대적인 현상들을 과연 어떻게 가치론의 구체적인 적용들을 통해 해명할 것인가. 이런 것에 소용이 없다면 가치론에는 대체 또 어떤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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