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논란에 대하여 (2) 세금의 본질과 계급투쟁

2. 복지재원? 모름지기 모든 세금은 자본으로부터 나온다

어쨌든 복지를 위한 재원이 쟁점으로 되고 있으니, 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복지재원은, 나아가 모든 세금은 자본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당연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게 뭔 소리냐, 하실 것. 아니, 내가 열심히 일해서 받은 피같은 임금에서 세금이 나가는데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_-) 근데 그렇지가 않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정치경제학의 대답}이라는 책에 실린 나의 글 ‘경제위기와 복지국가’를 보시면 된다(링크). 책을 구하기가 번거로우신 분은, 이 블로그에 있는 ‘공공요금의 정치경제학’ 씨리즈를 보셔도 되겠고(링크1, 2, 3), 원하시면 앞의 글을 파일로 보내드릴 수도 있다(저 EM의 이메일주소는 우측상단에 있슴다).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임금이란 본질적으로 노동력의 재생산비용이다(물론 이것은, ‘이론적으로’,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 현실에선 당연히 개인적인 차이와 다양한 교란요인이 있다). ▲임금이 그러한 재생산비용에 못 미치면 노동자의 정상적인 재생산은 위협받기 때문에, 원리상 노동자의 임금에서는 세금이든 뭐든 자신의 (사회적) 생존과 관계없는 비용이 지출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세금을 내는데, 이는 곧 자신의 생존비용 이상으로 사전적으로 임금상승이 있었음을 의미할 따름이다. ▲따라서 모든 세금은 궁극적으로는 자본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씀이지만, 이러한 사항을 지금 이 글에서 상술할 수는 없다. 더 자세한 논의가 궁금하신 분은 위에서 언급된 글들을 보세요^^)

모든 세금은, 따라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추가적인 복지재원도 결국은 자본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이를테면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세의 (사실상의) 증세도, 겉보기엔 노동자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그러한 재원은 자본가의 금고에서 나오는 것이란 얘기.

말할 것도 없이, 이 경우 증세가 궁극적으로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이 있어야만 한다.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기존에 노동자의 세후 임금이 그의 재생산비용(즉 생존비용)이라면, 소득세 증세 이후의 임금은 그러한 재생산비용에 못미칠 것이므로 원활한 재생산을 위해서는 임금인상이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임금인상분과 소득세 인상분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 소득세 증세의 일부는 노동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임금인상은 소득세 인상분보다 작을 것이다.) 이 얘긴 잠시 뒤에 더 하자.

3. 자본으로부터 어떻게 재원을 빼낼 것인가?

이렇게 보면, (‘어떤 복지인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의 방법론은 결국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자본으로부터 복지재원을 빼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를테면 법인세를 더 걷는 것은 자본으로부터 직접 수금을 하는 것이겠고, 소득세를 올리는 것은 간접적인 방식이다. 부가세도 마찬가지. 흔히 사람들은 자본이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하지만 소득세 인상에는 찬성할 것이라고 짐작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정도야 덜하겠지만 자본은 소득세나 부가세 인상에도 반대한다. 그것은 곧 임금인상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복지나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지면 자본에도 이롭다. 먼저 자본 자신이 여러모로 이득을 보고,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직접적 비용도 줄어들 것. 따라서 자본은 국가지출의 증가에 대해, 이 모든 사항들을 고려해 입장결정을 할 것이다.)

대체로 자본으로부터의 직접적 세금징수인 법인세 인상은 자본이 가진 현실적인 힘을 고려하면 매우 어렵고, 소득세 인상은 자본의 저항은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등등.

그렇다면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자본이 격렬히 반응하지 않는 까닭은? 정답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이 알아서 반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것이, 모든 세금을 자본이 직접 내지 않고 노동자/대중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냈을 때 거둘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효과다. 어떤 의미에서 국가의 지출을 늘리고 복지를 늘리는 것은 계급투쟁의 성과이고, 따라서 노동-자본 간의 투쟁의 표현인데, 노동자 대중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세를 납부함으로써 자본은 그러한 계급투쟁을 노동자들 내부의 갈등, 또는 실체도 모호한 ‘국민적 갈등’으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세금의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노동자 계급을 옹호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거기에 깃든 계급투쟁적인 측면을 복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부연하자면, 바로 이 지점에, 일종의 사회변혁론으로서의 ‘시민증세론’의 가장 핵심적인 허점이 있다. 본질에 있는 계급투쟁을 보지 못하고, 지극히 피상적으로, 즉 복지를 ‘시민적 합의’의 문제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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