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빌어 온 토대를 타파하고

발명의 수가 증가하고 또 새로 발명된 기계에 대한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기계 제작업이 다양한 독립부문으로 분화되었고, 기계제작 매뉴팩쳐 안의 분업이 더욱더 발전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매뉴팩쳐에서 대공업의 직접적인 기술적 토대를 본다. – 자본론 1권 15장, 513; MEW 23, 402

발명의 수가 증가하고 새로 발명된 기계에 대한 필요도 증대한다. 마르크스에게서는 사회적 분업의 발전은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필요의 발전과 (경향적으로)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이 매뉴팩쳐는 기계를 생산했는데, 그 기계의 도움에 의해 대공업은 [그것이 최초에 장악한 생산부문들에서] 수공업 생산과 매뉴팩쳐 생산을 폐지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기계를 생산하는 체계는 자기에 적합하지 않은 물질적 토대 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naturwüchsig) 생긴 것이다. 그 체계가 일정한 발전단계에 도달했을 때, [그 동안 종래의 형태로 더욱 발전해 온] 이 빌어 온 토대를 타도하고 자신의 생산방식에 상응하는 새로운 토대를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마르크스는 여기서 매뉴팩쳐에서 기계제 대공업으로의 이행을 생산력과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속에서 싹트는 “자연발생적” 변화가 반드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으로의 이행과 같은 거대한 스케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즉, 기계로 대표되는 생산력이 매뉴팩쳐가 대표하는 생산관계(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의 점진적 분리, 노동의 위계제, 노동의 일면화와 전문화)의 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 빌어온 토대”를 타도하고 “새로운 토대”의 창조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빌어온 토대는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적절한 의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대공업은 [그 특징적 생산수단인] 기계 그 자체를 기계로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때부터 비로소 대공업은 자기에게 적합한 기술적 토대를 창조했으며 자기 자신의 두 발로 서게 되었다. – 516

대공업은 “자기에게 적합한 기술적 토대를 창조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생산관계를 창조해냈다. 기계제 생산이 기계에 의한 기계의 생산에 이르렀을 때 매뉴팩쳐에 기반한 상품생산과 매뉴팩쳐가 대표하는 생산관계 (그리고 사회적 관계)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되었으며 비로소 매뉴팩쳐에서 기계제 대공업으로의 이행이 완료되었다.

사회적 변화에 대한 설명은 이와 같아야 한다. 새로운 생산관계, 새로운 사회적 관계는 우선은 기존의 물질적 토대 속에 싹을 틔우고 자라나지만 종래에는 이 토대의 기술적, 사회적 제한을 타파하고 새로운 토대를 건설하는 것을 통해서만 지배적인 생산관계, 사회적 관계로 자리잡을 수 있다.

현대자본주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살아가는 시대를 대격변의 시대, 혹은 요새 유행하는 말로 대사변의 시대로 규정하고 싶어한다. 우리시대가 대격변, 대사변의 시대이기 위해서는 과거는 무격변, 무사변의 지루한 시대여야만 한다. 오늘날의 경제가 지식, 협력, 협업, 공통되기로 대표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시대를 물질노동과 육체노동의 시대로 규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과거는 현재가 아닌 것으로, 현재는 과거가 아닌 것으로 부정적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마르크스의 경우에도 물론 현재는 과거와 대립된다. 최신식 생산관계는 구식 생산관계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한다. 하지만 현재는 언제나 과거의 산물로서, 현재와 과거는 하나의 연속체 속의 대립물로서 이해된다.

따라서 현대자본주의를 경제의 서비스화의 시대, 인지자본주의의 시대 혹은 지식경제의 시대로 이론화함에 있어 이 새로운 시대가 어떠한 빌어온 토대에서 자라 이 토대를 타파하고 지배적인 생산관계로 자리매김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경제의 서비스화에 주목하는 이들은 반드시 “빌어온 토대”인 제조업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인 운수업의 경우, 자동차 산업의 발전 정도가 운수업의 폭발적인 확장에 일종의 장애물로 기능하고 있는가? 서비스업의 확장은 (기계제 대공업이 기계제작 매뉴팩쳐를 기계화했듯이) 제조업을 서비스화하면서 그 “빌어온 토대”를 과연 타파하고 있는가? 경제 내의 서비스업의 확장은 경제의 본질적인 변화의 결과인가 아니면 형태 상의 변화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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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137) 빌어 온 토대를 타파하고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라고 다들 염불처럼 외우고 다니면서도 탈근대니 지구화니 하면서 줄곧 단절성을 내세운 사례들만 넘쳐나는 것 같네요. 그런데 빌어온다는 표현은 이제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는다 합니다. 매우 친숙한 표현이지만ㅎㅎ

    1.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좋은 말이 더 이상 표준어가 아니군요. 음. 빌려온이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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