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2014년도 경제정책 방향 – “고용”과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획재정부 홈페이지(링크), 설명기사는 연합뉴스(링크) 참조.

다른건 다 관두고…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고용” 문제에 대해 간략하게 코멘트하겠다. 보다시피 정부는 내년도에 취업자 수가 “경기회복, 일자리 창출 노력 등으로 연간 45만명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고용률도 올해(64.4%)보다 0.8%p 개선된 65.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고용 개선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 정부는 올해 6월초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분야에서 내세운 유일한 “구체적 수치”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것은 이명박의 “747정책”만큼이나 매우 비현실적인 목표인데, 어쨌든 이 계획에 따라 정부는 향후 5년간(2013~17년) 취업자수를 238.1만명, 즉 연평균 47.6만명을 늘리겠다고 공언해둔 상태다.

일단 그냥 보더라도 내년도 목표 취업자수 증가분은 위 연평균 수치에 못 미친다. 더구나 올해 취업자수 증가가 38만명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이것과 정부의 내년도 취업자수 증가 예상치를 고려하면(38만+45만=83만), 2015~17년 사이엔 155.1만명(=238.1 – 83만)의 취업자가 증가해야 한다. 즉 연평균으로 치면 52만명의 취업자가 매년 증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수치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는 다음 그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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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지난 10년 사이에 연평균 취업자수 증가의 최대치가 2012년의 43.7만명이고, 같은 기간의 수치를 단순평균하면 29.2만명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부터 3년간 매년 52만명을 위한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 지난 10년 평균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인데, 이것이 요즘같은 불황기에 실제로 가능할지는 각자 생각해보시길.

둘째, 그나마 위와 같은 고용 증가세는 상당 정도 시간제/비정규직의 증가에 기인한 것임을, 심지어 정부의 통계자료조차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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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1997년의 취업자 수를 100으로 하여 각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수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매우 명확하게 보이듯이, 전체 취업자수와 (대다수의 “정규직”이 속해있을)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매우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36시간 미만, 특히 18시간 미만 취업자의 증가가 매우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들은 대체로 시간제/비정규직일 것이다. (하지만 취업시간만을 보고 시간제/비정규직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진다. 참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통계(링크).)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즉 비정규 시간제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일자리에서 비중은 미미하다고 말이다. 실제로 위 그림에서 보듯, 36시간 이상 취업자 증가속도에 비해 1~35시간 취업자 증가속도가 훨씬 빠른데도 전체 증가속도는 전자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다음 그림에서 보듯, 위와 같은 급속한 증가 덕분에 시간제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현 정부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육성을 중심으로 한 고용률 제고정책과 맞물리면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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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작년말까지의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올해는 어떨까? 정부는 최근 지난 11월 고용통계를 발표하면서 전년 같은달에 비해 취업자가 60만 가까이 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링크). 그러나 실제 내용을 보면 그다지 기뻐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40%가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취업자로 채워졌고, 특히 18시간 미만 취업자수의 증가율(16.1%)이 전체 취업자 증가율(2.4%)을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부터 우리는, 현재 3%라는 “비현실적인” 실업률 수치에 가려진 우리나라 고용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를 쉽게 엿볼 수 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풀어낼 얘기가 너무나 많다. 고용증가가 주로 50대 이상의 고령층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는 점, 현재 고용동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고용이라는 점, 또한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등. 나아가 이와 같은 취약한 고용사정은 임금 등 근로소득이 가계소득의 주된 원천임을 고려하면, [가계소득 증가둔화] → [소비둔화] → [생산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져 고용사정의 가일층 악화와 경제성장 둔화를 낳는 주요인이 된다(이러한 악순환의 한 고리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앞의 논의에 한정해서 덧붙이면, 앞으로 우리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또는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을 숨기거나 변명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꼼수와 거짓말을 늘어놓는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에서 2017년까지 500개의 새로운 직업을 발굴해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서 예로 열거되는 것들이 사립탐정, 타투이스트, 마사지 치료사 등인데,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업종에 종사중이고 이들도 엄연히 고용통계에서는 취업자로 잡히기 때문에, 이들을 “공식적인 직업”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고용률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정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사태전개로부터 자본은 이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 첫째, “노동”의 힘이 현저히 약화된 고용시장에서 자본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어, 무엇보다 임금이나 노동조건의 결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더구나 이전까지 범죄시되었던 시간제/비정규직을 이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아래 마음껏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사정의 결과로 실질임금이 줄고 가계와 개인의 소비여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자본은 원치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현 정권이 추구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증식정책은 자본의 입맛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자본은 별다른 부수적인 부담 없이(∵선별적 복지정책) 자신이 원하는 만큼(∵시간제 일자리) 노동력을 가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생산 및 분배 영역), 정부가 고용률을 핵심 변수로 해서 사회 전체의 총수요를 관리해줄 것이기 때문이다(소비 영역).

에고… 모처럼 그림까지 그리는 정성을 쏟았으나, 별 내용은 없는 것 같다. ㅎㅎ 어쨌든 현 정부의 고용정책과 관련해서는 이상의 사항들을 중심으로 시각을 넓히거나 심화시키면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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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박근혜 정부의 2014년도 경제정책 방향 – “고용”과 관련하여

  1. 어제 나온 박근혜 정부의 2014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 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하면서도 여유가 없어서 걍 지나쳤어요. 그런데 EM님이 고용정책 중심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분석을..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고견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하네요. 물론 금요일에 발표한 걸로 봐서는 시간 여유가 없었던지, 아니면 이대로 정책집행을 할 생각이 없기에 여론의 주목을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런건지는 알 수 없지만요.

    1. 말씀 고맙습니다^^ 뭐가 됐든간에 저는 어쨌든 내일 그 경제정책방향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일단 관련자료는 대략 확보해놓았는데.. 근데 경제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한결같이… 서비스업 육성, 창조경제, 일자리, 공공기관, 복지, 부동산… 뭐하나 매끄럽게 되는게 없잖아요. 공무원들도 무지 힘들거고 일할맛 안날거 같아요 ㅎㅎ

      이번 철도사태의 중요성도 위와같은 맥락에서 음미될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귀결되느냐에 따라 향후 정부가 위와같은 말도안되는 정책들을 추진하는 태도도 상당정도 결정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어느새, 반성하고 축하하고 다짐할 겨를도 없이 2014년에 이미 들어서있는 것 같습니다.

  2. 오늘 대통령께서 카메라 앞에 직접 나와 경제를 강조하시며 ‘474’ 비전을 제시하더군요. 지금은 흔해진, 역사는 반복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정말 잘 실현하시는 분 같아요.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는 치기 어린 욕망이 생기네요..
    음. 여기 처음 단 댓글이 푸념처럼 돼버렸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1. 히히 고맙습니다. 어쩌면 그 욕망은 지극히 기본적인 “생존욕구”인지도 모르겠군요. 정말 이대로 살다간 (죽지는 않더라도) 말라 비틀어질 것 같습니다..

      “474”에 대해서는… 트윗으로 날리기도 했듯이, 양끝의 4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아니 그것은 아마도 저걸 만든이들도 인정할 것입니다. 기사를 보니 기재부 공무원도 “국민소득 4만달러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것이지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니 말씀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고용률 70%인데…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앞으로도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ㅎㅎ

      여튼 “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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