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노동시간 단축의 수단이 그 연장의 확실한 수단이 된다는 역설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노동자와 그의 가족의 모든 생활시간(Lebenszeit)을 자본의 가치증식에 이용할 수 있는 노동시간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된다는 경제적 역설이 이로부터 나온다 – 자본론 1권 15장, p. 547; MEW 23, p. 432

노동자: 어이 자본가. 지난 1년간 기계를 이용해서 생산을 해봤는데, 생산성이 두 배로 높아졌어. 노총에 나가봤더니 다른 회사 노동자들도 같은 얘기를 하더라고. 너 정말 기계 잘 들여왔다. 니네 자본가들 돈에만 환장한 줄 알았는데 꽤 쓸모있어. 훌륭해. 이제 노동시간 반으로 줄이자. 어차피 반만 일해도 생산량은 똑같애.

자본가: 뭔소리여. 법정근로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너는 나랑 자유롭고 평등한 조건 하에서 고용계약서에 싸인했던거 아니여? 주당 40시간 노동은 내 권리라고!

노동자: 자자.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내 말좀 들어봐. 내가 월급을 받으면 그걸로 생활에 필요한 사용가치들을 구매한단 말이야. 저기 가치 말고 사용가치라는 것도 있어요. 버스도 타야되고, 하루 세끼 먹어야 되고, 가끔 외식도 하고, 한 달에 한번은 영화도 먹고 술도 마시고. 인문학 강의도 듣고. 이걸 다 생산하는데 시간이 이제 절반만 필요하다니까? 굳이 내가 계속 40시간을 일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내가 뭘 더 달라는게 아니잖아.

자본가: 나는 사용가치 같은 거 먼지 몰라도 지금까지 잘 살았고, 앞으로도 그런 것에 관심둘 생각 전혀 없음. 그리고 40시간은 너희들 대표자가 국회에서 정한거야. 왜 이제 와서 딴소리여.

노동자: 아놔. 내가 그동안 굳이 얘기를 안했는데, 내 노동시간이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시간으로 구분되어 있는 거 다 알고 있다고. 너한테 중요한 건 어차피 비율 아니야? 필요노동시간 절반으로 줄었으니까 공평하게 잉여노동시간도 절반으로 줄이자. 내가 착취 없애라고 까지는 안할게.

자본가: 웃기고 있네. 너네는 무조건 40시간 일해야 돼. 노동시간 줄일 거면 내가 미쳤다고 기술개발하냐? 나도 다 살자고 이러는거야. 다른 자본가들 다 난리라고. 옆 공장은 생산성이 두배 반이나 올랐어. 걔네가 덤핑하면 나 쫄딱 망한다.

노동자: 정말 이해가 안되네. 너네 전국경제인연합회랑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모여서 뭐하냐? 같이 모여서 합의를 해라. 합의를. 비용 갹출해서 기술개발 같이 하면 되지 서로 피곤하게 뭐하는 짓들이여.

자본가: 허허. 니가 잘 모르나본데 다들 금메달 딸 각오로 피터지게 노력해야 되는거야. 그래야 사회 전체적으로 기술수준도 높아지고 모두들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 손인가 발인가가 다 알아서 한다고. 이게 내 철학이야 철학.

노동자: 다시 차분히 생각해봐. 우리가 계속 40시간 씩 일하면 생산량이 두배로 늘어날 거 아니냐, 생산성이 두 배로 늘어났으니까. 그지? 우리들 몫 빼고 남는 분량이 이제 예전에 비하면 세배야 세배. 이거 어디다 팔거야. 사용가치 이거 만만한게 보면 안된다. 그러다가 재고 쌓이고 은행빚 못갚고 공황오고 이런거 아니여? 무턱대고 너무 많이 생산하면 다 망한다고.

자본가: …

노동자: 음… 니가 이해도 못하는 것같고 또 욕심 있는거 다 아니까 우리가 통크게 양보할게. 계속 40시간씩 일할테니까 우리 몫을 두 배로 올려줘. 비율 그래도 유지하자. 그러면 우리가 저금 안하고 공장 물건 아낌없이 사 줄테니까. 재고 쌓이면 서로 골치 아프잖아. 그리고 니네 신고전파 경제학인가 뭔가 그거 생산성 두배 오르면 임금도 두배로 올라야 된다며. 그래야 균형인가 뭔가 아마 다시 성립될걸. 그거 되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배운대로 해. 노동시간 안 줄일려면 대신 월급 올려. 상생하자.

자본가: 허허. 경제학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 건 교수님들이나 하는 얘기고 우리는 그냥 본능 따라 살면서 가끔 호탕하게 웃어주면 끝이야. 그리고 니네가 사주긴 뭘 사줘 이것들아. 우리나라 무역입국한거 모르남? 상사맨들이 외국에 내다 팔면되지.

노동자: …

자본가: 그리고 이놈들이. 생각해 보니까 열이 확 오르네. 이제 기계 들여와서 니네 기술이나 경험도 별로 필요 없거든! 외국 사람들 중에 니네 월급 반만 줘도 일한다는 애들 널렸어. 걔네 며칠 빡쎄게 뺑뺑이 돌린다음에 현장에 투입하면 되는데 어디서 개소리야. 그렇지 않아도 밤중에 기계 놀리는 거 아까워 죽겠는데. 이것들이 지금까지 기술 좀 있다고 뻣뻣하게 나와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더니 딱 그 짝이구만. 어디서 재료 나부랭이가 인간 행세야. 너네 이제 필요 없으니까 셋 셀 동안에 꺼져라. 아쉬우면 밤에 나와서 일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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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141) 노동시간 단축의 수단이 그 연장의 확실한 수단이 된다는 역설

    1. 아하하. 곧 러다이트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15장에는 비참한 얘기가 많아서 너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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