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현재 사태에 대한 메모

요즘 의사들 파업하는 것 보면서 당혹스러워 하는 사람들 많을 거다. “아니, 저들이 우리편이었나?” 물론 이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지만, 여전히 왠지 낯설다. 그냥 “느낌”일까?

물론 중요한 대의를 위해서라면야 악마와도 손을 잡을 줄 알아야 한다. 평소에 의사라는 집단이 어떠한지와는 별도로, 어쨌든 현재의 국면에서 그들과 “우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니, 그들의 “파업”(!)에 응원을 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아니, 대형 영리병원의 출현은 일단 막고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여기까진 나도 동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즉 그래서, 대형 영리병원 출현을 막은 다음엔? 그러면 의료는 민영화되거나 영리화되지 않은 건가? 그런건가? 사실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내 생각의 출발점은 이거다. 흔히 가정되는 것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 의료는—조금 단순하게 말하면—이미 민영화돼 있고 영리화돼 있다는 거다. 물론 외관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상당부분이 국가의 매개를 통해 공급되고 있고 영리의료법인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건 그냥 “외관”일 뿐이다. 국가가 매개한다고 다 공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공성이 꽃피웠던 시절은 군사독재정권 시기였으리라. 영리의료법인이 금지돼 있다고 대형병원들이 이윤추구를, 자본축적을 안하는 게 아니다. 기형적이긴 하지만 할 건 다 한다.

위에서 “출발점”이라고 했지만, 위 사항만 인정해도 파업 중인 의사양반들과 보통의 노동자계급 간의 이해관계 대립이 어느정도는 선명해질 것이다. 정부가 원격의료,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잠정적으로 노동자계급이 의사양반들과 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료영리화 반대” 따위의 구호에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그러한 구호/입장은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수준의 영리화는 안 되지만, 현재 수준의 영리화는 받아들이겠다”라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은 바로 이것이야말로, 지배계급들이 현재의 투쟁에서 (외견상) 패배하더라도 거둘 수 있는 최상의 전리품이요, 정치적 효과다. (거꾸로 말하면, “의료영리화 반대” 수준의 구호를 내걸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해도, 그것은 실질적인 패배다.)

결국 노동자계급과 진보세력들은 현재의 “영리의료법인 허용 반대”, “원격의료 허용 반대” 등의 구호를 “더 많은 의료공공성을, 진짜 공공성을!”, “자본이 아닌 민중을 위한 원격의료 실시를!”과 같은 구호로 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구호 뒤에서 우리는 “도대체 의료에 있어서 공공성이란 것이 무엇인가”라는 어찌보면 매우 원론적인, 그래서 이미 누군가는 진절머리날 정도로 했던 고민을 아주 심각하게 새삼 해봐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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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현재 사태에 대한 메모

    1. 오… 눈물이 납니다.. ㅠㅠ 암튼 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냈으니, 나름 성공? ㅎㅎ 훌륭한 의사선생님들께는 늘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1인 :)

  1. 파업 민영화 영리병원 의사는 우리편? 등등의 말들을 해놓았는데 결론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내용인거죠? 공공성을 강화한 외국사례들을 조사해보세요. 공공성 강화에는 두 가지가 따라오죠 돈 과 비효율성 입니다 필자님이 않좋아하시는 의사들 수입은 대폭 낮아지겠습니다만 건보료는 현재의 두배쯤내고 개인의원 진료대기도 1달이상 기다려야 되는 사태가 오겠죠

    1. 스팸함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코멘트 하나. 필명은 ‘박사’님이신데…. (-_-) 암튼 제가 영국에 좀 있었는데요, “개인의원 진료대기도 1달이상 기다려야 되는 사태”는 전혀 듣도보도 못했네요. 그거 왠지..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났다던데..”라는 말이랑 비슷하네요 :)

    2. 미국을 제외하고 최근에 공공성이 “강화된” 외국사례가 있나요? 영국처럼 애초에 강했던 것이 아니라요. 몰라서 여쭙습니다.

      저는 피부염 때문에 얼마전에 동네 GP에 갔었는데, 바로 진료를 해주더라구요 (15분 기다렸나). 재발방지책 같은 것들도 상세히 설명해주고, 제가 어렸을 때 천식을 앓았다고 하니 관련자료를 인쇄해서 주구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공공성이 높다고 해서 비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제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되겠지만, 마찬가지로 다른 부정적인 사례로부터 쉽게 일반화된 결론을 내려서도 안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오바마케어가 시행되면서 재정적자가 앞으로 줄 것이라고 하니, 공공성 강화가 비용감소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마 필자님은 의사를 좋아하지도 안좋아하지도 않을걸요. 우리는 자본가든 지주든 노동자든 의사든 장미빛으로 그리는 걸 싫어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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