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정치경제학과 마루 – 데뷔를 겸하여

작년 9월 IIPPE 컨퍼런스에서 EM님과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내가 “Social and Material”의 객원(?) 블로거로 활동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나는 EM님의 글을 좋아하고 서로 생각도 비슷하기 때문에 큰 폐는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데뷔(?)글로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하다 보니 몇 개월이 흘렀다 (사실 G20에 대한 글을 90% 정도 써 놓았는데 글을 마무리하는 사이 G20 정상회의가 끝나버려서 관두었다).

“Social and Material”은 마르크스 정치경제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다. 게다가 이미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흔치 않은 기회를 주신 EM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아래와 같이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에 대한 생각을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데뷔글을 대신하려고 한다.

  1.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은 자본주의사회를 그 대상으로 하며, 이 사회는 우리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물적 조건으로서 존재한다 – Social and Material.
  2.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사회적 관계가 (초역사적) 경제적 관계로 나타나는데, 특징적으로 이 경제적 관계는 사회적 관계를 은폐하며, 마치 경제적 관계가 사회적 관계를 규정하는 것처럼 둘 사이의 관계를 전도시킨다. 다시 말해 자본-노동 간 착취의 계급관계가 자유롭고 평등한 경제주체들의 거래관계의 형태로 나타난다.
  3. 본질을 은폐하는 현상으로서의 경제적 관계가 자본주의적 계급관계의 필연적인 현상형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상품경제에 기반한 (초역사적) 경제적 관계와 착취에 기반한 (자본주의적) 사회적 관계는 하나의 총체를 구성한다. 둘 사이의 연관을 무시한 채 별도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4.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은 첫째, 현상 너머에 은폐된 본질을 파악하고 드러내는 것, 둘째, 이 본질로부터 현상을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한다. 왜냐하면,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목표는 총체로서의 자본주의의 이론적 재구성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은 착취의 존재를 폭로한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5. 따라서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은 사회이론인 경제이론이며 경제이론인 사회이론이어야 한다.
  6. 신고전파로 대표되는 주류경제학은 현상의 은폐와 전도에 기반하며 이를 강화한다. 주류경제학은 사회관계의 현상으로서의 경제관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 둘 사이의 연관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무시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주류경제학 그 자체를 자본주의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7. 주류경제학의 이론 체계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비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주류경제학이 다루는 경제적 범주들이 (예: 자본, 이윤, 이자, 지대) 사회적 관계의 (필수적) 존재형태임을 밝히는 것이다.
  8. 주류경제학은 비판의 대상이지만 현상의 분석, 그리고 이론화해야 할 현상의 식별에 능하다.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재구성함에 있어 유용한 재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류경제학은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시녀다.
  9.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성패는 자본주의의 복잡다단하고 구체적인 현상 (예: 경제위기, 공적자금 지출, 금융화, 저금리 현상, 불균형,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체계적인 해명의 성패에 달려 있다. 연구는 착취적 계급관계의 단단한 기반에서 출발하되, 구체적인 현상의 해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10. 요약하자면, 자본주의적 착취는 존재한다. 요는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 각종 방해와 왜곡, 그리고 멸시에도 불구하고 – 끈질기게 탐구하는 것이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데뷔 기념으로 제가 좋아하는 고양이 마루의 동영상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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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마르크스 정치경제학과 마루 – 데뷔를 겸하여

  1. 잘 읽었습니다 ㅎㅎ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논점들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어디 인쇄해서 들고라도 다녀야 겠습니다.

  2. 특히 9번 논점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착취관계를 강조하면서 현상에 대한 분석을 회피하는 것이 어디 고이 숨겨져 있는 세계의 비밀이라도 누설한 것인양 행동하는 맑스주의 경제학자들이 형이상학자와 다를 바가 뭐냐는 생각을 많이 했었더랬습니다.

  3. 우와… 데뷔 축하드립니다. ‘마루’도 무지 귀엽네요. :) 게슴츠레님도 간만에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건강한 모습 뵙게되어 정말 좋았고요. 앞으로 자주 왕래해요 😀

    이 글을 쓰신 H님은 저랑 함께 공부하는 분인데요, 위 글에서도 밝혀주셨듯이 앞으로 이곳에 계속해서 글을 써주실 것입니다.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근데 G20 관련글은… 적절한 때에 공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함 고려해주세용.)

    하여간에… 글쓰는 사람이 늘었으니, 이곳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겠네요. 생각해봅시다.. ㅎㅎ

  4. 햐…이게 H님 ‘입봉’ 포스팅이군요. M 정치경제학에 대한 10가지 테제, 다 동의합니다. 굳이,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정치경제학 탐구의 성과는 바로 그 ‘착취’받는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결합해야 한다는 거 아닐까요? 결합의 방식과 수준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탐구의 출발점에서부터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암튼, 바쁘더라도 자주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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