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구리 (2011/3/23) – ‘사랑.png’

오랜만에 잡다구리 포스팅 한자락.

1. 요즘 참 바쁘다. 어제의 경우엔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시작해 밤9시까지 줄곧 일했다. 쉬지 않고. 점심 먹은 게 쉰 거라면 쉰 거였겠다. 그러다 집에 오니 10시가 넘었는데…

이런 고된 하루를 (그것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살아낸 나 자신이 한편으론 대견하기도 했는데, 다른 한편으론 어제가 고되었던 게 아니라 다른 날들을 너무 방만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조금 했다. (음.. 이런 반성을 하는 것도 대견하군ㅎ)

2. 이번달이 고된 까닭은 무엇보다도 강의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맡게된 과목들인 까닭에 나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하면서 강의록도 만들어야 하기에 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강의록. 그게 참 문제다. 정해진 교과서도 있고 또 내용도 뻔한 ‘xx원론’ 같은 과목이라면 차라리 쉬웠을 것이다. 이번에 맡은 강의 중 하나는, 한 5년쯤 ‘교수질’을 한 사람이라면 별다른 준비 없이 들어가서 대충 야부리 까다가 나오면 될만한 과목이지만… 하… 그러나 어디 비정규직 강사 초년생에게도 사정이 같은가? 거의… 이건 뭐, 조금 과장하면, 책 한권 쓰는 기분으로 강의록을 만들고 있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잘 되지 않았는데, 이 강의록 만드는 일도 몇 번 하다 보니까 재밌다. 이것도 참으로 신기한 일. 더구나 나는 매주, 매 강의마다 파워포인트로 강의록을 만드는 것이다! 아, 파워포인트. 이제껏 논문 발표 같은 거 하면서도 딱 한번 써 본 파워포인트. 학교 다닐때는 한번 열어보지도 않았던 MS Office 파워포인트..!! 처음엔 텍스트로만 구성하다가 이젠 그림도 하나씩 넣고, 비틀고… 이대로 가다간 다담주 쯤엔 애니메이션도 사용하지 않을까.. (-_-) 하여간, ‘음, 이 부분에 적절한 그림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는 것도 나름 재미나다. ㅎㅎㅎ

3. 요즘 나의 삶의 모토 중 하나가 ‘우리 엄마 자력갱생 시키기’다. 아, 물론 이 분, 지금까지 자력갱생 해 오셨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기까지 하셨지만, 이젠 일도 그만뒀고… 무엇보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잘 보내시게 해드리자는 취지로 하는 거다.

그러면서 내가 오랜 동안 —그것도 ‘원거리’에서— 성화를 바친 끝에, 우리 엄마, 요가를 배우셨고, 몇 번 나가시더니 금새 재미가 들려 이제는 경력4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이렇게 해서 건강 프로젝트는 어느정도 완수…

동시에, 컴퓨터를 좀 익히시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건 옆에서 진득하게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집에 컴터도 없었다), 결국 지난 2월 데스크톱 컴퓨터를 하나 장만, 본격적으로 엄마 컴퓨터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하지만 컴퓨터를 남한테 가르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지라…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 구에서 하는 ‘구민정보화교실’인가 뭔가 하는 데서, 한 달코스로 1만원 받고 일주일에 두 번 가르쳐주는 것을 발견. 곧장 등록.

이제 울 엄마, 컴퓨터 경력 1.5개월. 등급도 ‘왕초보’에서 ‘기초반’으로 승격!! 요새는 맨날 컴퓨터랑 노신다. 나한테서 맨날 쿠사리를 드시면서도 스도쿠도 하시고… 아직은 남이 써둔 것을 베끼는 정도이지만 워드패드에 글도 쓰신다. 어제는 네이버에 가입도 하셨단다. ㅎㅎㅎ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놀랍다… 침 꼴딱)

가장 놀라운 것은, 울 엄마가 컴터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신다는 거다. 그것을 소개하면서, 오늘의 잡다구리를 마친다. 아… 피곤하다~

이것이 [작품 No. 1]. 며칠전 집에 들어와보니,
이것을 그려놓고도, 저장을 못 해 어쩔줄 몰라하고 계셨다.
물론 효자인 나는, 친절하게 도와드렸다. ㅎㅎ

그리고…

이건 [작품 No. 2]. 위 일이 있은 뒤 이틀쯤 뒤,
역시 집에 와보니 엄마는 위 그림을 그려놓았다.
앞서 저장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스스로 저장까지
해 놓으셨다. 파일 이름은 사랑.png
단순히 그림에 하트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참으로 적절한 제목 아닌가.

이렇게만 가면, 엄마의 자력갱생, 문제 없겠다. :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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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thoughts on “잡다구리 (2011/3/23) – ‘사랑.png’

    1. ㅋㅋㅋ 잘지내삼? 며칠전 보니까 아파트 담벼락에 개나리가 피었던데…
      다른 이쁜 꽃들도 곧 얼굴을 내밀겠네요. 잘지내삼.. ^^

  1. 강의, 기대됩니다! 저도 강의하면서 학생들보다도 더 많이 배워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원론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경제학은 정론이라는게 정해져 있기 보다는 원칙 수준에서도 논쟁적인 것들이 워낙 많잖습니까 ㅎㅎ

    어머님 프로젝트도 참으로 사랑스럽네요. 정말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1. 힛 고맙슴다. ^^

      하긴… 제 경우엔, 경제원론은 학부때 강의 자체를 제대로 듣지도 않은 데다가 (쿨럭 -_-) 맨날 욕만 하다 보니까, 만약 누가 다음학기에 그거 강의하라고 하면 못 할 거 같아요 ㅋㅋㅋ

    1. 구경은요… 멉니다… 무지무지… (-_-)
      그나저나 요새는 이쪽으로 안 오셈? 혹 오시면 연락 주세요. 쥬스라도.. ^^

      1. 안계실때 한 번 와서 엠님 자리에 앉아있다 갔었습니다 ㅎㅎ 이번학기에 박사논문 마쳐보려고 발버둥치는 중이라 봄에 갈 수나 있을런지.. 근데 어머님은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아시고 계실까가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1. 그러셨군요. ^^ 어머니는 이 블로그 모르시고요… 근데 그저께는 뭔가를 열심히 하시길래 흘끔 보니까, 블로그 만드는 법을…. (-_-)

          하여간에 형도 저도, 힘냅시다!! ㅎㅎ

  2. 맙소사!!!!!!!!!!!!!!!!! 너무너무 예쁠 뿐더러, 마우스로 그리신 거임?!!!!! 마우스 그리기계에서 나의 아성을 위협하는 분이 나타났네여 웅와 꺆 마우스가 아니더라도, 너무 예쁘다 감각이 있으시네여 우왕… 너무 예뻐 ㅇ<-<

    1. 네! 마우스로!! 엄마가 마우스로 뭐 클릭할 때마다 슬쩍슬쩍 미끌어져서 클릭을 제대로 못하시는데… 실은 컴터에 딸려온 마우스패드가 너무 미끄러워서… 어쨌든 저 그림만 보면 저보다 훨씬 나으신 것 같아요. (-_-)

      말씀하신 대로, 단순히 마우스를 잘 놀린다기보단.. 보는 사람 마음에 와닿는 뭔가가 느껴져서 좋아요 ^^

  3. EM님이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니 좋아요… 더군다나 어머님에 대한 사랑과 효심이 느껴져서 좀 마음이 찡했습니다. 철드셨군요^^

  4. 아 그러고보니 점심을 먹은 게 쉰 거였다 그래서 밥이 쉬었단 말인 줄 알았음 첨에;; ㅋㅋ 전 엊그제 쉰 우유 먹었다가 여태까지 고생중 -ㅅ-

  5. 금요일 밤.. 영국에서 공부할땐 종종 친구들과 집에서 파티로 지새우던 밤이지만 한국에 온 후로는 파티문화를 경험하기 힘들다는;; 그래서 대신 음악으로 달래보네요. 어머님의 사랑이란 그림을 보고서 생각난 노래..EM님과 같이 듣고 싶어요.

  6. 옘님의 반 정도만이라도 수업준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1. 그리고 어머님에 대한 효성이 뭔가 뭉클하게 하네요ㅎㅎ 저도 우리 엄니한테 전화라도 한 통화 드려야겠습니다ㅋ

      1. 엄니께 전화 드렸어요? ^^
        에고… 근데 그렇다고 수업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은 결코 아님다;;; 물론 마음으로야 모든 것을 다바쳐 준비하고 싶지만, 이래저래 바빠서… ㅠㅠ

        어쨌거나 뭐… 제 수업 들으시면 되죠. ㅎㅎㅎ 풀님이 제가 강의하는 곳으로 오시긴 어렵겠고…. 아예 걍 담학기엔 제가 고대에 강의 하나 뚫어볼까요? ㅋㅋ (풀님이 하나 물어다 주셔도 좋고요 ^_^)

  7. 아하하
    짱이어요!!!!
    울엄마도 하도 쓸데없이 우울해해서 내가 의미있는일(?)을 하라고 성화해서 다문화가정 여자들 한글가르치는 무슨 문화학교 교산지 그런거 하는데, 뭔 프로그램에서 남편얼굴 만들기를 해서 부직포로 진짜 귀여운 남편얼굴을 만들어왔는데
    ㅋㅋㅋㅋ

  8. 윗글 읽고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어서리…
    어머니의 그림들이 정말 예쁘네. 나도 아직 저런 기술은 구사할 줄 모르는데… ㅜ.ㅜ
    정말 훌륭합니다. 어머니께 아들 잘 두신 거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소.^^;;

    1. 저도 못합니다ㅋ
      아들 잘 두긴요… 축하는 좀 더 지켜보시고 해주세요. 아직 많이 멀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같은 밤엔, 딱히 웃을 이유도 울 이유도 없는 무당파들은 더 외로운 것 같네요. 잘 지내시길요… :)

      (아, 글고, 종종 흔적 남겨주쎄요~~)

  9. 5년 전에 읽고 다시 읽는데도 여전히 감동적이네. 잘 지내는 모습 잘 보고 있다오. 흔적 없이 살자 하다보니 공에게만 예외를 둘 수가 없어서리. ㅎㅎ. 항상 화이팅이라오. 건강 잘 챙기시고 무슨 일을 하든 즐겁게 지내시길 언제나 기원하는 줄 알아주시게. ^__^

    1. 쳇… 흔적없이 연락주심 되죠… 뭔일 있으신거예요? 제가 종종 연락드리고 했어야 하는데… 죄송할 뿐이네요… ㅠㅠ 서울엔 안 오세요? 얼마전 중국에 가서 며칠 지내다 왔는데, 그때 샘 생각이 특히 많이 났어요. 암튼, 저는 이렇게 마음 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잘 지내요. 연락 꼭 나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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