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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구리 (20110901)

– “새학기”다. 강의를 몇 개 맡았다. 이번엔 내 전공과 관련된 강의가 하나도 없고 대체로 기초강좌다.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지만 어쩌랴. 먹고 살아야지. 하지만 이게 단순히 “밥벌이”용은 아니다. 시기가 그다지 좋진 않지만, 하여튼 주류경제학을 한번 일별해봐야겠다는 욕구가 꽤 강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을 해소해보려 한다. 어쨌든 필요한 일이다.

 

– 약 두 달 전에 쓴 지난번 “잡다구리” 포스트를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나날이다”라는 말로 시작했는데, 여전히 그런 것 같아 좀 우울하다. 하긴 뭐… 우울하지 않은 시절이 얼마나 있었다고.

 

– 흠.. 기분전환엔, 이젠 노인증을 소지한 어엿한 “노인”인 우리 모친 얘기가 제격.

언젠가 다른 잡다구리 글에서 나의 모친께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이제 벌써 그것도 반년이 넘었다. 이제 엄마는 성당에서 매주 하는 성서공부(창세기) 숙제도 컴퓨터로 자료를 찾아서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멋진 시와 그림을 담아 이메일을 보내는 고상한 취미도 기르셨다. 텔레비전 다시보기는 기본이고, 최근엔 파일 압축하는 법도 익힌 모양이다. 물론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탈싸이트에도 자주 드나드시는데…

이런 나의 모친께서 며칠전에 내게 문득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연예인 아무개는 딸이 바보라더라~?” 이게 무슨 소린가. “그게 뭔 소리야? 어디서 그런 소릴 들었어?” 내가 물었다. “아냐, 야. 인터넷 무슨 뉴스에서 봤어.” 난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했다. 설령 그 연예인 딸이 진짜 “바보”라 하더라도, 어떤 매체에서 “아무개 딸은 바보”라는 보도를 내겠는가. 바로 이때, 내 뇌리를 스치는 기사 제목이 있었으니…… “아무개 딸 바보” (-_-)

순간 나는 미친듯이 웃고 말았다. 우리 모친께선 아마도 내가 진짜 미쳤는지 아셨을 거다. 아…… 대체 이걸 어쩌란 말인가. 하긴 “딸바보”라는 표현은 거의 인터넷상에서나 도는 말이니… 아, 60대중반 노인이 진정한 “네티즌”으로 거듭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렇게 쓰고 있으려니, 나의 모친께서 “늙었다고 무시하냐!”라며 눈을 흘기시는 것 같다. 물론 절대 아니지. “노인”에 대해 생각할 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영상이 하나 있다.

(이 영상은 사실 예전 진보넷 시절에 한번 써먹은 거긴 한데.. 하지만 볼적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약간의 설명은 여기에.) 요새 “남자의 자격”에서 위와 비슷한 기획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위와는 달리, “남격”에서는 “메시지”가 분명치 않은 것 같다.

 

– 나와 같이 힘들고 울적한 모든 사람들이, 지금쯤 조금은 나아졌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