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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과 공개처형 사이 : 최근 북한사태에 관한 메모

장성택 처형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이 더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이른바 ‘비둘기파’의 태두라고 할만한 장성택의 숙청은 향후 북한을 ‘매파’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별개로, 이번과 같은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공개처형을 보면서 과연 어떤 나라가 북한과 중장기적인 (경제적) 동반관계를 가지려 하겠느냐는 우려도, 향후 북한의 대외관계, 특히 경제관계가 악화/축소되리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번 장성택 사건은 조만간 북한의 대외적 경제관계가 크게 증진되리라는 일종의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하다.

왜 그렇게 보는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장성택의 ‘숙청’과 ‘공개처형’을 구분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체로 요즘 언론보도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은 채 “대체 장성택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남도 아닌 자신의 조카로부터 저리도 잔인한 최후를 강요받은 것인가”라는 잘못된 문제설정에 입각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다른 얘기인데) 요즘 세상에 “죽일만큼 나쁜 죄/인간”은 없다. 현재 장성택 공개처형을 둘러싼 선정적인 언론보도들이 사형제 존속의 당위성을 은근히 사람들의 무의식에 유포시키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다시 숙청과 공개처형의 구분 문제로 돌아오면… 일단 북한에서 정치적 숙청은 계속해서 이뤄져왔다. 사실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라고 다를 게 없다. 다만 북한에서의 숙청은 좀 더 수법이 잔인하다. 보통 (형식) 민주주의적 체제에서는 쉽게 벌어질 수 없는.. 귀양을 보내거나 사고로 위장해 살인을 하거나.. 이런 방법들은 드물지않게 사용돼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3,40년 전만 해도 이런 수법들이 종종 사용됐었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특이한 점은, 장성택이 숙청당했다는 게 아니라 그가 공개처형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럼 왜 그는 공개처형되었는가? 역시 숙청과 공개처형을 구분하지 않는 이들은, 그가 매우 큰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예컨대 리설주와의 ‘썸씽’설 등). 그러나 장성택이 정치적으로 숙청된 것은 이미 꽤 오래전이라는 의견도 있다. 적어도 그는 서서히 권력을 잃어왔다(예컨대, 링크).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정치적 제거’와 구별되는) 공개처형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다. 왜 수용소로 보내거나 사고를 위장해 조용히 죽이거나 하지 않고 ‘공개처형’ 하는가? 그것이 ‘공개적’인 것인 한, “주요한 타겟 관객층이 누구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그 후보로 크게 세 부류가 존재한다. 북한 내부와 외부, 그리고 내부 중에서도 지배계층과 북한 국민. 이렇게 나눠놓고 보면, 이번 공개처형의 ‘타겟 관객층’은 꽤 명확해진다. 바로 북한의 주민이다.

왜 그러한가? 먼저 이번 공개처형이 외부인들을 위한 것은 아님은 꽤 명확하다. 아무리 북한이 막나가기로서니…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이번과 같이 자신들이 ‘또라이집단’임을 스스로 인증하는 짓을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이들은 이번 공개처형이 북한에 대한 외부인들의 인상을 매우 나쁘게 할 것이며, 따라서 이로써 북한이 외부와 우호적인 경제(협력)관계를 맺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그들은 북한을 ‘또라이집단’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외부인들이 북한과 경제관계를 맺고자하는 것은 그들이 ‘북한 지배층=또라이집단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러는 것이다. 즉 이번 공개처형은 그저 그들의 선입관을 확인시켜주는 꽤 드라마틱한 사례일 뿐이다.

둘째, 이번 공개처형이 북한의 지배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굳이 ‘공개처형’이라는 형태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 경우엔 ‘은밀한 제거’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그런 방법을 즐겨써왔다.

결국 남는 것은 북한의 일반주민이다. 100% 확인된 것은 아니겠지만, 북 당국이 각 가정에 전기를 이례적으로 공급해 일반주민들이 이번 공개처형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소식도 있다(링크).

그렇다면 북한의 일반주민에게 장성택의 공개처형을 보게 하는 것이 북한의 향후 대외관계, 특히 대외적 경제협력, 개방정책의 향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북한의 지배계층은, 매파냐 비둘기파냐를 떠나서, 대외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강성대국’을 이루는 데 그것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외관계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는 않으리라. (물론 이와 같은 소요상황을 틈타 권력을 쥐고자하는 집단도 지배계층 내에는 존재할 것이다. 장성택 류의 인물들이 그럴 수 있다.) 이를테면 일반 대중의 삶에 외국의 상품과 정신이 스며들고 국민들이 체제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개별적인 거래관계를 수행하는 이들이 외화를 빼돌리는 등 비리를 저지르고, 외국 물품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서 암시장을 형성하는 행위들… 사실은 이미 북한에 만연돼 있는 이러한 사태들이 향후 본격적인 개혁개방이 진행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리라는 것은 굳이 보지 않아도 뻔한 일.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 이번 장성택의 공개처형은 바로 그러한 ‘대책’으로서 제격이다. 그의 죄목들은 이러한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만약 향후 대외관계를 축소할 것이라면 이와 같은 ‘경고’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어떤 이들은 대외적인 개혁개방을 선호하는 비둘기파 장성택(세력)의 ‘실각’을 곧장 매파의 정권장악으로, 나아가 대외적 경제(협력)관계의 경색으로 해석하고자 하는데, 만약 문제가 이렇게 세력간 다툼과 정책 패러다음의 교체에 관한 것이라면 굳이 장성택을 (잔인하게) 죽일 필요도, 그리고 그것을 전국민이 보도록 하는 것도 필요치 않다. 그것은 오직 기존의 대외경제관계, 즉 경제특구 정책이나 대외적 외화벌이 사업 등이 유지/확대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만약 새로운 세력이 집권해 정책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대외관계가 경색되고 교류의 통로가 막히면 주민들의 오염된 정신도 저절로 정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성택의 공개처형은 북한의 대중에게 위와 같은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한가?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아마도 그간 ‘오염’된 일반 국민들의 정신을 다잡기 위해선 좀 더 ‘쎈’ 처방들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 타겟은 누구일까? 고모부보다 쎄려면 마누라쯤은 돼야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쯤해서, 배경음악은 이것이 제격이겠다. Scorpions – Wind of Change

Sarah Palin on 북한

사라 페일린이 북한을 두고 “동맹국”이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가디언>에서 방금 보고서 배꼽을 잡았는데, 확인해보니 국내 미디어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보도되는 방식이 재밌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 기사들이 연합뉴스의 보도를 따오는 것 같으니, 일단 해당 기사 링크. 이 기사에 따르면 페일린은 그저 말실수를 한 것이 된다. 즉 ‘South Korea(n)’이라고 해야 할 것을 실수로 ‘North Korea(n)’이라고 했다는 것.

그러나 실제 방송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다음은 <가디언> 기사의 일부.

Interviewer: How would you handle a situation like the one that just developed in North Korea?

Palin: Well, North Korea, this is stemming from a greater problem, when we’re all sitting around asking, ‘Oh no, what are we going to do,’ and we’re not having a lot of faith that the White House is going to come out with a strong enough policy to sanction what it is that North Korea is going to do. So this speaks to a bigger picture that certainly scares me in terms of our national security policy. But obviously, we’ve got to stand with our North Korean allies – we’re bound to by treaty….

Interviewer: South Korean.

Palin: Yes, and we’re also bound by prudence to stand with our South Korean allies, yes.

무슨 얘기냐면, 여기서 페일린 여사는 ‘북한’을 ‘남한’으로 정정한 게 아니라, ‘북한의 동맹들과도 힘을 합쳐야 하지만 남한의 동맹과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냐는 거다. 아니라고? 아님 말고… (참고로 <가디언>에서도 ‘말실수’라고 말하고 있다.)

하여간 대단한 분이다… (오디오링크)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페일린의 말이 ‘실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즉 미국은 북한 내부에 자기들이 ‘allies’라고 부르는 세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남한도 그 자체로는 allies가 아니고 미국이 allies라고 부르는 일부 세력이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

북한의 이른바 “권력 세습”에 대한 메모

북한에 대해 간단한 메모.

(1) 권력을 “세습”한다고 말이 많은데… 후계자로 지정했을 뿐 실제로 “세습”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종종 잊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이번 “후계자 지정”은 뭐랄까… “정상적인” 정치과정의 일부라고 보는 게 좀 더 유의미할 것 같다.

다시 말해, 나는 이번 문제에서 핵심은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이라 본다. 김정일이 당장 내일모레 죽을 것도 아닐텐데…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지정한 것은 그것 자체로만 보면 별로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는, 후계자를 “지정”하는 행위를 통해 모종의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일 테다.

뭐 김정일…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만… 그래도 그가, 자신이 3년 안에 죽는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 오히려 30년은 더 산다고 가정하는 게–비록 3년 뒤에 급사를 하더라도–합리적인 게 아닐까? 그런 그에겐, 자신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관심거리일 것. 세습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이며 현재의 권력유지에 봉사하는 한에서 고려되는 게 아닐까 한다. (“김정일” 대신 “김정일로 대표되는 현재 북한 지배집단”이라고 해도 되겠다.)

현재 북한 정권이 오랜 위기상태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작금의 “후계자 지정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그런 배경에서 즉 그에 맞선 위기 타개책으로 볼 필요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세습”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무분별한 비난을 거기에 퍼붓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사실 “후계자 지정의 정치”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도 그다지 낯선 게 아니며, 그렇게 지정된 후계자가 진짜 권력을 내려받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지정”한 것인가? 그야 난 모르지… ㅎㅎ 하지만 현재 체제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김정은,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닐까 싶은데… (함 봐라… 김정은… 어째 좀 모지라 보이지 않나? 옆에서 주무르기도 쉬워 보이고..) 어쨌건 여기서도 “세습”이라는 프레임은 그다지 좋은 것 같진 않다.

(2) 삼성 또는 남한의 재벌 일반과 북한을 비교하는 사람도 많고, 또 그것을 터무니없는 짓이며 결과적으로는 북한을 옹호해주는 논리라고 콧방귀 뀌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후계자 지정”을 일반적인 정치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는 데 비해서, 우리나라 재벌의 세습은 어떻게 봐도 말이 안 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재벌들은 북한보다 말이 안 되는 집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