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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ller의 매경 인터뷰: 미국경제에 대해

약 일년 전쯤에 미국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그리고 “제대로 된” 제정정책을 써야만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최근 이와 비슷한 얘기를, 그러나 더욱 높은 수위로 국내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했다.

그런데 여기에, 몇 가지 재밌는 점들이 있다. 꼽아보자.

 

1. 제목이 참으로 웃긴다.

이 인터뷰가 실린 {매일경제} 홈페이지를 보면 세 개의 기사가 검색되는데,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야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어느 것 하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질 못하고 있다. 이 세 기사를 입력된 시간순서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美 증시 여전히 고평가 상태…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수도” (기사입력 2011.09.14 17:18:34)
(2) 로버트 실러 교수 “美집값 5~10년 더 빠질수도” (기사입력 2011.09.14 17:52:01)
(3) 로버트 실러 교수, “美경제, 장기침체로 갈수도” (기사입력 2011.09.14 17:59:59)

첫 번째 것은 인터뷰를 그대로 번역한 것 같고, 두 번째 것은 인터뷰를 요약/정리한 것이며, 세 번째 것은 둘을 짬뽕한 거다. 결국 지면엔 (1)이 나간 것 같은데… 그래도 이건 좀 낫다. 하지만 어찌보면 신문사의 “의지”와 “논조”가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될 (2)를 보라. 욕도 안 나온다. 그저 천박(친박?)하단 생각뿐…

 

2. 인터뷰 질문이 정말 웃긴다.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중간 이후부터 완전 지멋대로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 교수”다. 그런 사람한테 물어볼 게 따로 있는 거다. “어떤 자산배분을 권고하는가”냐니!! 그런데 난 대답이 더 웃기다. “… 농장이나 토지 투자도 검토할 만하다”!!! ㅋㅋㅋ 뭐 {매경} 즐겨보는 한국의 투자자들이 실러교수의 충고를 그다지 귀담아 듣지는 않을 것 같지만… 농장이라… ㅎㅎ

 

3. 그래도 이 인터뷰에서 건질만한 게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 인터뷰의 핵심은 다음 대목에 있다. 아마도 실러 교수도 여기에 가장 힘을 주었을 것 같다. 어차피 다른 부분은 누구나 하는 얘기이기도 하고.

-글로벌 침체를 막을 대책은.

▶미국은 여전히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 바로 재정정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채위기와 재정지출 증가는 양립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증세와 지출 증가를 병행하면 가능하다. 선거를 앞두고 증세가 어려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인들은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을 원할 것이다. 특히 지금이 미국도 중국처럼 고속도로나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적기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한계에 달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미 단기금리는 초저금리이고, 10년 만기 장기 국채 금리도 3% 미만이다. 통화정책은 이미 `약발`이 다했다. 지금 재정정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앞에서 기사 제목이 웃기다고 한 것도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 글 맨앞에서 링크한 예전 포스트에서도 내가 소개한 바 있듯이, 실러 교수는 꽤 일관되게 증세와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 중 하나다. 그런데 위 대목에선 좀 더 과감하게 “지른다”. 고속도로나 지하철이라니…! 오우, 멋지다(진심).

위 대목에서 드러나듯, 그는 재정정책을 옹호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재 미국 정부에 의해 일관되고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금융통화정책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위에서 그는, 현재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operation twist’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회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하여간에… 위 인터뷰에서 실러 교수는 이런 엄청나게 중요한 말을 했다는 거고(뭐 어차피 그래봐야 일개 학자의 ‘말’일 뿐이긴 하지만), 그걸 보도한 {매경}은 멍청한 건지 교활한 건지… 그런 부분을 전혀 부각하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이것은 단지 기사의 제목을 잘못 지었다는 게 아니다. 앞서 링크된 셋 중에서 신문사가 자체제작한 (2)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상과 같은 사항은 일언반구도 없는 것이다.

 

4. 끝으로 미국 빈곤율 상승에 대해

위 인터뷰에서 실러 교수도 이를 언급했고, (그나마 친절하게도) 링크된 (2)나 (3)을 보면 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일단 재밌는 게 4인가족의 연소득이 2만2천달러 이하면 미국에선 빈곤층이 된다는 것. 단순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우리의 두배쯤 되는 것 같다(정확히 확인은 안 해봤다).

어쨌거나 최근에 발표된 빈곤층이 늘었다는 센서스 자료가 미국에서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이를 좀 더 이해하는 데 이런 글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종과 관련된 건 그렇다 치고… 의료보험 가입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5천만.. 남한의 인구에 달한다는 것은 좀 충격적이다…)

 

Shiller on stimulus: 고용이냐 성장이냐

예전에 김수행 선생의 대중강연을 소개했었는데(링크), 그때 그가 이야기한 많은 인상적인 내용들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경제의 상태 즉 경제가 현재 위기에 처해있느냐 여부는 크게 두 가지 지표에 달려있다는 거였다. 그 두 지표란 바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두 가지 지표에 의거하지 않은 경제의 현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전망은 모두 가짜라는 것. 이를테면, 요즘 경제와 관련된 미디어의 기사들을 보다 보면,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라는 등의 근거를 들어 경기가 좋아졌다거나 좋아질거라는 주장을 종종 마주치곤 하는데, 이런 것들은 죄다 헛소리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추이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국민총생산(GDP)을 이용해서 구한다. 그러나 이 GDP라는 것은, 이를테면 사람들이 죄다 굶어죽고 있어도 증가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니까 요새 나오는 “jobless growth”라는 표현이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저성장”과 “고실업”이 동반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다시 말해, “저성장”을 먼저 치유하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고실업”을 먼저 없애려고 해야 할까? 물론 장기적으로 보자면야 이 둘이 함께 간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얼마든지 괴리될 수 있고, 또 (“jobless growth”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둘의 괴리현상을 어떤 이들은 아예 “현대경제의 질적 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마도 4대강 사업이라는 것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정책이 아닐까 싶다. 즉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고용을 늘리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경제 전반에 걸친 선순환(virtuous cycle)을 일으켜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장도 이룬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4대강 사업이라는 게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링크1, 링크2). 아마도 정부로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현재 파탄난 경제로 앓고 있다. 특히 높은 실업 때문에 골머리를 썪이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실업률이 10%에 조금 못미치게 나오는데,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이를테면 초장기 실업자들–이들은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도 없다–까지 더하면 그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과거 “뉴딜”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토목공사들을 여기저기서 발주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효과가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통치 않다는 거다.

마침 이런 문제에 대해,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좋은 글을 썼다(링크). 그의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현재 미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공사들은 자본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효과가 매우 적다; (2)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실업을 줄이는 것이므로, 정책의 포커스가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야 한다; (3)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부문에 정부의 자금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노동집약적인 부문”이란 무엇일까? 이제껏 우리는 “공사판”이 노동집약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현재 드러나고 있듯이 그쪽은 오히려 자본 집약적이다. 그러니까, 결국 토목공사는 “자본”이 하는 것이고, 그 자본은 그 토목공사를 “노동” 대신 “기계”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얘기. 이에 비해, 실러 교수가 주문하는 것은, 그렇게 고용을 자본을 거쳐 “간접적”으로 창출하려 하지 말고 “직접” 창출해내라는 것. 여기서 하나 더 재밌는 것은, 그가 말하는 노동집약적 부문이란 곧 서비스업이다. 그것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교육, 공공보건 및 안전, 도시 기반시설 보수/확충, 청년 프로그램, 노인돌보기, 환경보호, 문예, 과학연구” 등.

이런 것들이 과연,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치더라도,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일까? 경제학을 어설프게 배운 사람들은 아마도 고개를 젓겠지만,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실러 교수의 설명이다. 즉 위와 같은 부문들에서 창출되는 benefit들은 가격이 매겨지기 어렵고, 따라서 단순한 비용-산출 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통해서는 당연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명이 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글쎄… 이런 주장들을 MB와 그 측근들이 귀담아 들을리는 만무하고… 결국엔 사회적으로 정부를 압박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수밖에 없다. 하여간 이론적으로는 실러 교수와 같은 이들의 접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 얘기는 아주 좋다. ㅎㅎ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