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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욕심쟁이 우후훗!

오늘 무슨 기사를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 지향점으로 보수와 진보, 좌(左)와 우(右)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결정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 . .) 진보적 자유주의는 그동안 우파가 즐겨 사용해온 ‘자유주의’ 개념을 좌파가 주창하는 ‘진보’와 결합시킨 것이라고 안 의원측은 설명했다. (출처: “안철수, 정치적 좌표로 ‘진보적 자유주의’ 제시”, 연합뉴스, 링크)

‘자유주의’를 우파가 즐겨 사용해왔다고? 웃기는 소리. 2003년 유시민의 예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에서 ‘자유주의’는 원래 오늘날의 기준으로 (굳이) 말하면 ‘진보’쪽에 저작권이 있었다.

 

이 사진을 기억하시는가? (사진 누르심 관련기사로 링크됨) 

 

따라서 안의원이 여기에 ‘진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1) 그냥 말장난이다. 즉 최근 ‘진보’라는 수사가 유행하니까 붙인것일뿐.

(2) 또한 그것은 ‘진보’ 개념의 타락을 보여준다. 적어도 10년전 유시민이 ‘자유주의’라고 자신을 규정했을 때, 그것은 소위 ‘수꼴’로부터 자신을 구별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은 (‘노동’을 중심으로 한) ‘진보파’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안철수는 ‘노동’과 ‘진보’와 ‘자유주의’를 모두 가지려고 한다. 그게 과연 뭘까? 암튼 안철수, 욕심쟁이 우후훗!

안철수 리스크

선거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 여기에 토해내고 잊어버려야겠다 :)


좌파 세력이 제도권 정치 내에서 유의미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국회의원선거 정당명부제 도입 없이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단일화 협상에 시간을 낭비할 것이다. 게다가 단일화라는 단어는 지루해진지 오래다. 만약 선거제도 개혁이 지난한 과제라면 나는 진보세력이 진보정당을 모두 해체하고 민주당에 대거 입당해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제도권 정치는 제도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좌파의 제도권 정치 역량이 거의 완전히 무너진 지금은 정권교체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적어도 유의미한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며 더욱이 중도층이 집권해야 좌파 세력의 발언권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심상정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결선투표제 등의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받은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지 않을까.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박근혜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나는 결국 문재인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후보지지와 관계 없이 다수가 정권교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권교체를 핵심적인 선거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안철수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흔히 새로운 정치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기존 정치세력을 혐오하는 중간층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플러스 알파를 야권에 더하기는 커녕,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마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은 말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비전을 실행한다. 말은 명쾌해야 하고, 행동에는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오직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진심이니 진정성이니 하는 것들도 물론 의미있지만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심이나 진정성은 영업성 멘트에 불과하다. “검산도해를 건넌” 안철수는 “항상 진심”이었다는데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진심이라면 문재인도 박근혜도 안철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안철수의 말은 모호하고 그의 행동은 기존의 정치관행과 다르지 않다.

단일화 과정에서 그는 민주당의 변화를 주장하면서도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민주당을 구정치세력 취급했지만, 그의 선거대책본부장들은 모두 기성정치인들이었다. 민주당의 구시대적 선거운동을 비판하면서 협상을 중단했을 때, 그는 비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단일화, 박근혜를 이기는 단일화를 거듭 주장하면서도 전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없는 방식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약속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퇴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일화를 바라던 사람들은 안철수의 약속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1대 1 구도를 만들어 박근혜를 이기는데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사퇴회견에서 단일화와 관련된 자신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안철수가 안철수를 중재하는가?). 사퇴 이후에는 말로는 문재인을 지지한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한 행동에서는 나서지 않고 있다. 누가 보아도 그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 이후에 쏠려있다. 정권교체가 새로운 정치의 전제조건이라는 그의 말은 허공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안철수다. 정권교체에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할 때, 모두들 원군이 오는지 안 오는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명나라 원군은 오면 좋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명나라 원군이 오건 오지 않건 전쟁의 승패는 이순신 장군이 호남을 수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가 문재인과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은 새누리당도 반대하지 않을 만한 좋은 선언문이다. 거기에 무슨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선언문이 그가 생각하는 새정치의 요체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꼭 성취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정권교체가 새정치의 전제조건이라면, 즉각 참전해서 최전선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애매모호한 말과 행동으로 더 이상 사람들 헷갈리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왜 정치인의 연설문을 읽으면서 진의가 뭔지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구태정치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하고 당분간 잠적하는 것이 좋겠다. 정치에서든 연애에서든 애매모호함이야 말로 가장 피곤하고 비효율적이며 짜증스러운 구시대적 행태니까 말이다.

{안철수의 생각}을 절반 읽고서

누구나 다 하는 얘기겠지만, 나도 안철수 교수의 책에 대해 간단한 메모.

1.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절반쯤 읽었다. 전반적인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우등생의 take-home 시험 답안지” 같다는 것. 복지, 정의, 평화를 이른바 “3대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소통과 합의를 강조하는데, 대체로 내용은 수긍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면, 별로 깊이가 없다는 거다.

복지나 경제와 관련된 몇몇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는다고 해서 전문적여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음, 공부 열심히 했군..”이란 생각이 들 뿐이다. 깊이가 없다는 것은 특히 평화(통일)에 대해 말할 때 크게 드러난다. 분량만 봐도 잘 드러난다. 복지에 대해 21쪽, 정의에 대해 37쪽, 평화(통일)에 대해 9쪽. 뭣하러 평화 얘기를 끼워넣었는지 모르겠을 정도다.

2. 이 책은 제정임이라는 분이 묻고 안철수 교수가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식, 매우 싫다. 짜증난다. 이런 인터뷰 형식의 글은 주어진 생각을 부드럽게 전달해주는 순기능도 있지만(그래서 이런 인터뷰는, 평소에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기에 좋은 형식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화자의 깊이를 드러내기가 매우 어렵다. 거꾸로 말하면, 현재 안철수 교수와 같이 해당 주제에 대해 아직 “제대로 진도를 빼지 못한” 사람이 택하기에 그만인 형식이란 얘기다.

이대로는 안교수, 토론회 같은 데 나오면 오나전 개발릴 거 같다. 물론 박근혜 의원한테는 그렇지 않겠지만ㅎ

3. 그래도 이 책에서 괜찮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긴 부분이다. 당연히 이건, 그가 그런 문제를 직접 겪었고, 또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교수는 대통령보다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의 장관이 나을 것 같다.

4. 사실 안교수를 그의 정치적 비전을 근거로 비판하는 것은 그다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는 그런 쪽으론 아직 아마추어고, 그 자신의 말마따나 “(나쁜) 경험”이 별로 없어서 딱히 비판할 “꺼리”도 없다. 따라서 그런 쪽으로 논의가 흐르게 되면, 자칫 말장난으로 귀결되기가 쉽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장난”이 되었을 때, 안교수는 꽤나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식의 비판은 안하니만 못하다.

오히려 그에 대한 비판은 그가 실제로 명성을 얻었던 바로 그 분야, 즉 “성공한 IT기업 창업자/경영자”라는 점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하나의 거대한 “신화”가 그를 둘러싸고 있다는 느낌이다. 즉 “해당 분야 전문가도 아니었던 의사 안철수가, 온갖 부정적인 환경을 딛고 세계 최고의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회사를 세워 성공시켰다”라는 것. 그리하여 그의 성공은 “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 민첩하고 정확한 판단”의 산물인 것이다.

이것이 그 자체로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질문들을 통해 좀 더 깊이 다뤄져야만 한다.

– 많은 이들이 안철수가 역경을 딛고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 사실인가? 어쩌면 그는 (의사 출신이라는 등의) 개인적인 핸디캡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테면 세계경제 전반의 구조적 차원에서는 1980년대 후반 및 1990년대 초반이 (특히 한국에서) IT 업종이 발달하기에 어떤 의미에선 호기였을 수도 있지 않은가?

– 안철수의 성공이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가? 예를 들면,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만 떠올려봐도, 안철수보다는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같은 사람이 더 칭송받곤 했다(내가 업계 사정을 잘 몰라, “이찬진”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보다 이 대목에서 적절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15~20년 전만 하더라도, IT 업계엔 안철수 교수보다 대단한 사람들 많았고, 만약 안교수가 온갖 역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업적을 쌓았다면, 이들의 업적 또한 그에 못지 않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이찬진”이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대체로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안철수를 제외한 IT 분야의 천재들/혁신가들은 몰락시켰으면서도 안철수만 살아남게 만든, 그 어떤 원인이 있지 않겠는가? 이 원인을, 전적으로 안철수 개인의 뛰어남(그런데 “어떤” 뛰어남?)으로 환원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5. 나 개인적으로는 보기엔, 안철수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위와 같은 질문들에 답함으로써 내려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하나의 역설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만약 위 질문들을 거쳐, 안철수라는 사람이 특별히 대단할 게 없다는 게 밝혀진다면(이를테면 삼성전자의 성공이 이건희 개인의 뛰어남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처럼), 그에 대한 기대는 반감될 것이다. 반대로, 만약 위 질문들을 통해 안철수가 진정으로 뛰어났다는 게 밝혀진다면, 그 뛰어남의 정체가 사실은 상당히 전문적인 성격의 것임도, 그리하여 국정의 운영과는 다른 성격의 것임도 덩달아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런 역설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역설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들을 제기하는 것은, 안철수에게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주는 데 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