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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거’ 왜 못 만드냐고?

<우리는 ‘이런 거’ 왜 못 만드냐고?>, 오마이뉴스, 2010년 5월1일 [링크]

이 기사가 화제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대충 이런 얘기인 것 같다: 아이폰이란 곧 창의력이고,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아이폰을 못 만드는 건 창의력이 없어서다. 우리 기업들이 창의력이 없는 까닭은 꽉 막혀서 ‘반대’가 불가능한 위계구조 때문이며, 이런 위계구조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나라 전체가 ‘기업’이며, 대학도 기업의 보조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교육이다. 인문학 교육. 미국인들의 창의력의 바탕엔 바로 이런 인문학 교육과 ‘노는시간’을 중시하는 태도가 깔려있다. 우리가 인문학 교육을 가벼이 여기는 한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나올 일은 없다.

그냥 황당하다. 인문학 교육?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게 없어서 아이폰을 못 만든다는 건 좀 오바다. 그렇게 따지면, 영국이나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에서도 아이폰이 안 나오는 까닭은 뭔가? 위계적인 기업문화? 물론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것땜에 아이폰을 못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비록 아이폰은 못 만들고 있지만, 다른 좋은 것도 많이 만든다. 일본 예를 들고 있는데, 일본인이 창의력이 빈곤하다고? 그냥 웃긴다…

여러 얘길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문제인 것은, 아이폰을 거의 절대화/신격화하고 있는 것. 아이폰이 그렇게 좋은가? 이 글을 쓰신 분은 미디어를 연구하시는 것 같던데, 이 분은 아이폰과 같은 상품이 그와 같은 신격화의 경지에 오르는 데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 정말로 아이폰이 (다른 여러 요인들은 관두고라도) 미디어의 호들갑 없이, 다른 경쟁상품들과 순수하게 품질경쟁만을 통해 그와 같은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이 분은 아이폰에 대해 말하면서, 결국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실질적으로 말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물적, 기술적 우위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다. 굳이 여기서 ‘제국주의’ 얘기까진 하고싶지 않다.

내가 삼성을 옹호하려고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삼성도 이건희도 미워 죽겠다. 근데 이건희가 맨날 반도체 얘길 하면서 강조하는 그 불안감은 대충 이해한다. 바로 그게 현실인 거다. 삼성전자 같은 데서 거두는 (엄청난) 이윤 같은 건, 어떻게 보면, 미국 애들이 그냥 떨궈준 개평 같은 거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저 위 기사는, 먹을게 많아 체격도 좋고 돈이 많아 여유가 있으니 머리에 플라톤도 집어넣는 부잣집 애랑 생긴것도 볼품없고 머리엔 그저 돈벌궁리만 가득한 가난한집 출신 애를 비교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가난한집 애는 이제 나름 열심히 노력해서 어느정도는 살만해졌는데도 끝내 그 부잣집 애한테 결정적인 순간에 밀리곤 하는데, 이런 것들 두고 위 기사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건 그 가난한 집 출신인 애 머리에 플라톤이 없어서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말하자면 그렇단 거다.

플라톤을 머리에 집어넣는 것은 중요하다. 대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영혼을 살찌우고 삶을 더욱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측면에서 위 기사의 저자는 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그는 결국, 플라톤을 머리에 집어넣어야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영자를 위한 인문학’ 같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