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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브프라임: 세계 경제 붕괴가 시작되었다

하루야마 쇼카, 《서브프라임: 세계 경제 붕괴가 시작되었다》, 유주현 옮김 (파주: 이콘, 2008). [원저: 春山昇華, 《サブプライム問題とは何か》 (東京: 宝島社, 2007).]


헌책방 두리번거리다가 만만하게 생겨서 구입. 그냥 버스타고 다니면서 단숨에 쉽게 읽었다. 그다지 인상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거꾸로 말한다면 서브프라임 문제를 포함한 최근 일련의 범지구적 금융대란에 대한 대부분의 책들, 특히 미국의 사정을 다루는 책들이 대체로 이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그리 대단한 통찰과 분석을 담고 있겠는가.

미국에서 벌어진 주택시장버블 얘기를 하는데, 그러니까 1980년대 이후 언젠가를 기점으로, 그리고 특히 1990년대 후반 언젠가를 거치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크게 풀렸을 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증했다는 얘기. 당연히 이런 급증은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금융의 고리 안에 끌어들였고, 당연히 이는 연체율, 부도율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더불어 증권화(securitisation)의 급증 얘기가 나온다. 그 전에 모기지에 대해 간단히. 모기지란 기본적으로 모기지 회사가 개인에게 돈을 꿔줘 그로하여금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때 모기지 회사는 동시에 이 집을 담보로 잡는데, 이로써 모기지 회사는 꿔준 돈을 못 받을 위험을 낮출 수 있고, 개인은 그렇게 낮아진 위험에 비례해 모기지 회사에 내야하는 이자를 낮출 수 있다. 한마디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아주 훌륭한 제도다.

이렇게 모기지 회사의 도움으로 집을 장만한 개인은 이제 이를테면 향후 30년동안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여기서 이자는 당연히 원금의 크기에 비례해 결정되지만, 같은 원금에 대해서도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이자액은 달라질 수 있다. 직업이 확실하고 신용카드를 연체한 적도 없는 사람에겐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이 적용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바로 이렇게, 수입이 불안정하거나 과거 연체이력이 있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높은 모기지 이자율이 바로 ‘서브프라임’이다.

책에 나온 건 아니지만 재밌는 사실 하나. 서브프라임(sub-prime)이 지금은 나쁜 뜻 같지만 원래는 좋은 의미였다는 거다. 《모든 것의 의미: 옥스포드 영어 사전 이야기(The Meaning of Everything: The Story of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의 저자 싸이몬 윈체스터(Simon Winchester)에 따르면, ‘서브프라임’이라는 말이 금융관련 부문에 처음으로 쓰이게 된 1976년, 그것은 “prime rate보다 낮은 이자율로 제공되는 대부”를 가리켰으며, 이는 “대체로 가장 신용도가 좋은 대출자에게만 제공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바뀐 것은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인데, 《옥스포드 영어 사전》도 그 새로운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적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용기록이 좋지 않아 다른 대부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비교적 좋지 않은 조건을 가진 대부”(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어쨌거나… 모기지 회사 입장에서는 비록 담보로 집을 잡기는 했지만 일정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대출자가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을 언제든 연체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아예 못 갚을 수도 있다. 장사치들이 늘 그렇듯, 모기지 회사는 이런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되고싶을 것이고,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증권화다. 증권화란 한마디로 말하면, 앞으로 (모기지 회사에) 정기적으로 들어올 현금에 대해 증권을 발행하는 거다. 모기지 회사는 이렇게 발행된 증권을 팖으로써 불확실한 현금흐름 대신 일정한 금액(=증권판매금액)을 손에 쥐게 된다. 물론 이때 판매된 증권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증권으로 거듭나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애초에 한 개인과 모기지 회사 사이의 일이었을 뿐이던 것에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얽히게 되고 동시에 결부된 돈의 액수도 눈덩이처럼 (그러나 허구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해지려면 일정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이 책 《서브프라임》의 저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게 바로 멀게는 1980년대 중반, 가깝게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규제완화다. 즉 그로 인해 자산은 물론 부채의 증권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거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이 그 기초가 되는 현금흐름이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이 높은 경우가 결부되면 그 파급력은 전체 신용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위험이 실현된 것을 실제로 목격했다.

군더더기 내용을 뺀다면, 이 책은 대체로 위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저자는 2007년에 촉발된 범지구적 금융대란이 발생한 원인을 크게 다음과 같이 둘로 꼽고 있는 셈이다. 첫째, 주택시장에서 무분별한 모기지로 인한 거품이 생겼고 동시에 부실대출이 급증했다는 것, 둘째, 역시 무분별한 증권화로 인해 금융시장이 비대하게 발달해 시스템 차원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 처음에 말했듯,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고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책들도 대체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차피 같은 얘길 쉽고 간단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