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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ller on stimulus: 고용이냐 성장이냐

예전에 김수행 선생의 대중강연을 소개했었는데(링크), 그때 그가 이야기한 많은 인상적인 내용들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경제의 상태 즉 경제가 현재 위기에 처해있느냐 여부는 크게 두 가지 지표에 달려있다는 거였다. 그 두 지표란 바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두 가지 지표에 의거하지 않은 경제의 현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전망은 모두 가짜라는 것. 이를테면, 요즘 경제와 관련된 미디어의 기사들을 보다 보면,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라는 등의 근거를 들어 경기가 좋아졌다거나 좋아질거라는 주장을 종종 마주치곤 하는데, 이런 것들은 죄다 헛소리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추이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국민총생산(GDP)을 이용해서 구한다. 그러나 이 GDP라는 것은, 이를테면 사람들이 죄다 굶어죽고 있어도 증가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니까 요새 나오는 “jobless growth”라는 표현이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저성장”과 “고실업”이 동반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다시 말해, “저성장”을 먼저 치유하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고실업”을 먼저 없애려고 해야 할까? 물론 장기적으로 보자면야 이 둘이 함께 간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얼마든지 괴리될 수 있고, 또 (“jobless growth”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둘의 괴리현상을 어떤 이들은 아예 “현대경제의 질적 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마도 4대강 사업이라는 것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정책이 아닐까 싶다. 즉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고용을 늘리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경제 전반에 걸친 선순환(virtuous cycle)을 일으켜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장도 이룬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4대강 사업이라는 게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링크1, 링크2). 아마도 정부로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현재 파탄난 경제로 앓고 있다. 특히 높은 실업 때문에 골머리를 썪이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실업률이 10%에 조금 못미치게 나오는데,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이를테면 초장기 실업자들–이들은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도 없다–까지 더하면 그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과거 “뉴딜”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토목공사들을 여기저기서 발주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효과가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통치 않다는 거다.

마침 이런 문제에 대해,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좋은 글을 썼다(링크). 그의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현재 미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공사들은 자본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효과가 매우 적다; (2)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실업을 줄이는 것이므로, 정책의 포커스가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야 한다; (3)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부문에 정부의 자금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노동집약적인 부문”이란 무엇일까? 이제껏 우리는 “공사판”이 노동집약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현재 드러나고 있듯이 그쪽은 오히려 자본 집약적이다. 그러니까, 결국 토목공사는 “자본”이 하는 것이고, 그 자본은 그 토목공사를 “노동” 대신 “기계”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얘기. 이에 비해, 실러 교수가 주문하는 것은, 그렇게 고용을 자본을 거쳐 “간접적”으로 창출하려 하지 말고 “직접” 창출해내라는 것. 여기서 하나 더 재밌는 것은, 그가 말하는 노동집약적 부문이란 곧 서비스업이다. 그것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교육, 공공보건 및 안전, 도시 기반시설 보수/확충, 청년 프로그램, 노인돌보기, 환경보호, 문예, 과학연구” 등.

이런 것들이 과연,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치더라도,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일까? 경제학을 어설프게 배운 사람들은 아마도 고개를 젓겠지만,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실러 교수의 설명이다. 즉 위와 같은 부문들에서 창출되는 benefit들은 가격이 매겨지기 어렵고, 따라서 단순한 비용-산출 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통해서는 당연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명이 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글쎄… 이런 주장들을 MB와 그 측근들이 귀담아 들을리는 만무하고… 결국엔 사회적으로 정부를 압박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수밖에 없다. 하여간 이론적으로는 실러 교수와 같은 이들의 접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 얘기는 아주 좋다. ㅎㅎ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