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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one-day-off

기가 막힌 일이다.

새벽 두 시가 넘어, 세 시가 다 된 시각에 무작정 차를 몰아 닿은 곳이 공주 부근의 마곡사라니. 다섯 시 반이 넘어 도착, 오는 길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둔 “마곡모텔”이란 곳에 들어오니, 방금 잠에서 깬 주인의 인심이 야박하다. 두세시간 머물다 나서겠다는데도 한사코 하룻밤 방값을 다 받겠다는 것. “인연이 되면 또 봅시다!”라며 호기롭게 등을 돌렸지만, 뒷맛이 영 씁쓸하다.

마곡사.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근 20년 전이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마구”라는 별명의 국어선생님을 통해서였다. 아마도 “마”자 돌림이라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그때 정확히 무슨 얘길 들었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얘길 듣곤 이담에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 비슷하게는 했던 것 같다. 그 다짐을 이십 년이 지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실행에 옮기려는 참이다.

하지만 마곡사는 봄에 와야 제맛이라니, 내년 봄을 한번 더 기약해 본다.

“나를 위해 산다.”

서울서 내려오는 길에 들은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에 나온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한 말이다. 반쯤은 정신이 나간 채로, 그것도 꼭두새벽에 핸들을 잡고 있던 터라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이날 방송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왜 그런가? 기본적으로, 대중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도 아니고 “나를 위해”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로 그런 만큼 이 말엔 그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집권당 대표가 “궁민”이나 “가카”가 아닌 “나”를 위해 산다니, 뭔가 색달라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김어준 총수 등이 이 얘길 듣고 무척 신났나보다. 귀엽다.

하… 그런데 나는 어떤가. 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온다. 나는 나를 위해 사는가? 아니, 나는 나를 위해 살았던 적이 있는가? 잘 모르겠다. 난 왜 여기 있나?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만으로는 좀 약하다. 여섯 시가 넘었다. 마곡사는 언제 여나. 이 동네는 4G가 안 되나보다. 내 올레에그(olleh egg)가 안 터진다. 인터넷도 불통, 여관주인과도 불통, 마곡사도 불통, 세상과도 불통이다.

무령왕릉, 대전, 청남대

계획된 ‘여행’이었다면 절대 누구도 이와 같은 여정을 짜진 않을 것이다. 졸립고 배가 고팠지만 마곡사 근처엔 몸을 누일 곳도 배를 채울 곳도 없었기에 공주로 향했다. 주마간산 격으로 아침의 시내모습을 한번 훑으며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린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무령왕릉도 구경했다. 친구(!)가 있는 대전에 들러 푸짐한 점심을 얻어먹고는 날도 좋겠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대통령의 별장이던) 청남대로 그와 함께 향했다.

결국 집에 돌아온 건 밤 10시반쯤 되어서였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약 40시간을 자질 않았으니 엄청 졸렸던 건 당연하고… 그래도 서울 올라오는 길, 날 죽지 않게 지켜준 게 바로 Marillion의 음악이었다. 그들의 “Script for a Jester’s Tear”(1983)와 “Misplaced Childhood”(1985) 앨범을 목이 터져라 따라부르며 (실은 가사를 잘 모르는데도—차안에 혼자인데 뭐 어떠랴) 졸음을 이겨낼 수 있었다.

Georgy Porgy

참으로 신기한 건,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ToTo의 이 노래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차 안에서 찾아들어볼 도리가 없어 무척이나 답답했다. 이 곡을 끝으로, 간만의 블로깅을 마친다.

(라이브 중에선 위 영상이 괜찮아 보이는데, 여러모로 이게 깔끔하긴 하다.)